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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놓치면 '마약좀비' 현실화…전국 지검에 인터넷 수사팀 만들것"

[박재억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인터뷰]

지난해 마약사범 1만8000명 역대 최대

SNS 등 쉽게 마약 구하는 환경에 더해서

해외 대량 유입·단속 약화 등이 주요요인

이-드럭 모니터 등 단속 시스템 고도화에

AI 활용한 전담수사팀 구축 전문성도 강화

양형위에는 처벌강화 등 의견도 제시해

박재억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이 이달 7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마약 수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대한민국은 ‘마약청정국’의 위치를 회복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될 수 있습니다. ‘절대악’인 마약 범죄에 있어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국가기관들이 발 벗고 나서 발본색원해야 합니다.”

박재억(사법연수원 29기)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검사장)은 7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마약 범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값싼 해외 마약류 유입의 증가, 단속 약화가 맞물리면서 급증했다”며 “전국 지검에 인터넷 마약매매를 수사하는 전담 조직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5월 정부의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위한 컨트롤타워 격으로 대검에 신설된 마약부를 이끌고 있는 박 검사장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검사장이 국내 마약 생태계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른 비대면 거래의 증가다.

박 검사장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세계 마약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다크웹’ 거래 가운데 91%가 마약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범람하는 마약 광고를 겨냥해 올 12월 완료를 목표로 ‘이-드러그 모니터(e-drug monitor)를 개발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텔레그램·페이스북·텀블러·핀터레스트·인스타그램 내 마약 관련 단어는 물론 이미지도 탐지할 수 있다”며 “시스템 개발 완료 후에는 18개 지방검찰청에 ‘인터넷마약범죄전문수사팀’ 구축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매매의 단초가 되는 마약 광고를 초기에 적발하는 동시에 수사 전문성도 한층 강화해 유통 경로를 원천 봉쇄한다는 전략이다.



SNS와 가상자산 등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마약 범죄가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 8395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가 1만 988명으로 전체의 59.8%에 달하는 등 나이대는 낮아졌다. 이는 지난 4년 전보다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481명으로 4년 전(143명)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마약 수사 엔진이 멈추면서 감독·단속망은 한층 느슨해졌다. 지난해 마약류 판매 광고로 적발된 인원이 105명으로 2021년(122명)보다 13.9%나 줄어들 정도다. 게다가 지난해 마약사범 2명 가운데 한 명은 집행유예·벌금이 선고되는 등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올 4월 출범한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 수사 인력을 지난달 974명까지 늘리는 등 확대 개편하며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이유다.

박재억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이 이달 7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4년 내 마약 범죄가 증가한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박 검사장은 “최근 3년간 마약류 사범 유형별 선고형량을 표본 분석한 결과 처벌 수위가 국민의 눈높이에 비해 낮게 분포하고 있다고 판단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마약사범에 대한 양형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며 “여기에는 마약사범이 취급한 마약의 중량·가액에 따라 양형 기준을 차등화하고, 청소년에 대한 마약 공급 사범의 경우 별도의 범죄 유형으로 분류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압수수색영장사전심의제도(영장사전심의제)에 대해서는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박 검사장은 “온라인상 쓰이는 마약류 지칭 은어는 다양할 뿐 아니라 계속해 변화하고 있다”며 “전자정보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방법을 제한해 검색 키워드 등 집행 계획을 미리 정해 영장 심사를 받도록 하는 자체가 마약 수사에는 제약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검사장은 “마약 범죄를 근절하는 데 대해 검사가 수사하기도 전에 ‘할 수 있는 사건인가’ 검토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적정 시기를 놓칠 경우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좀비처럼 걸어다니는 사람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곧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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