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침수 20대 희생자가 친구들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여성은 올해 취업 후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던 길에 변을 당했다.
지난 18일 JTBC·채널A에 따르면 안모씨(24)는 오송역에서 친구들을 만나 여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오송역으로 가기 위해 747버스를 탄 안씨와 그의 친구는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버스 안에서 안씨는 친구들과의 단체대화방에 “다 와 간다. (길이 막혀) 빙글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9분 뒤 안씨는 “지금 오송역 어디로 가든 난리 났다. 오송역 도착 전 지하차도인데 물 많아서 1차로로 간다”고 설명했다.
2분 뒤인 오전 8시 35분께 그는 버스 내부에 물이 찬 사진과 함께 “살려줘 제발. 살려줘. 기사님. 제발”이라는 다급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본 친구들은 “괜찮은 거야?”, “너무 걱정된다. 어디야” 등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 뒤로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이들은 끝내 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안씨의 친구들은 “그게 애들이랑 마지막 연락이었다. 연락을 해봤는데 계속 받지 않았다”면서 “여수에서 비 오면 방 안에서 놀아도 되니까 오송역에서 만나 같이 재밌게 놀자고 했다”고 울먹였다.
버스 기사인 이모씨(58)는 사고 당시 창문을 깨고 승객 대피를 돕다가 숨졌다. 이씨의 시신도 버스 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의 외삼촌은 “(부모가) 옥이야 금이야 키웠는데 모든 걸 다 잃었다”며 “취업 기념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는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가슴 아파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하천수가 유입돼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사고원인 및 책임 규명에 착수한 경찰은 목격자와 구조자 등의 진술, 침수차량 내 블랙박스를 확보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들 지자체로부터 재난 대비 매뉴얼과 근무자 명단 등의 자료를 제출받아 지하차도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두 기관이 이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압수수색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사전에 위험이 경고됐음에도 지자체가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이유 등을 따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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