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문헌에 언급돼 있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로마 시대 네로 황제의 극장이 바티칸시국 바로 옆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 부지 밑에서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황청 소속 '예루살렘 성묘교회 기사단'은 2020년부터 진행 중인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 '팔라초 델라 로베레' 궁전의 정원 보수공사 과정에서 네로 황제 극장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성 베드로 광장으로 이어지는 콘칠리아치오네 거리(화해의 거리)에 놓인 이 궁전은 옛 교황청 기사들의 본거지가 있던 장소다. 최근 포시즌스 호텔이 이 궁전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독교인들은 지중해 동부 지역의 여러 국가를 통칭해 성지라고 부른다. 현지 관리들은 "제국 시대로부터 15세기에 걸친 로마의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게 해주는 매우 특별한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이곳에서는 10세기에 제작된 색유리 장식의 포도주잔과 항아리 조각 등 희귀한 유물이 출토됐다. 이번 발굴 작업을 주도한 고고학자 마르치아 디 멘토는 "이제까지 발굴된 해당 시대의 로마 시대 유리잔은 7뿐이었는데, 이번에만 7개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말했다. 대리석 기둥과 금엽(金葉) 장식이 딸린 석고 유물도 나왔다. 학자들은 1세기 때 활동한 로마의 저술가 겸 철학자 가이우스 플리니우스의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네로 황제의 극장이 바티칸시국 옆을 흐르는 테베레 강변에 실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포시즌스 호텔은 바티칸 희년을 맞아 순례객과 방문객 등 약 3000만 명이 로마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 개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희년은 교회가 50년 또는 25년마다 선포하는 은총의 해로 '성년(聖年)'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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