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온실가스가 이대로 계속 배출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인간이 느끼는 ‘열 스트레스’가 최대 11배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열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질수록 온열질환 등의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높은 기온과 습도로 온열질환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는 현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기상청은 여름철 열 스트레스에 대한 미래 전망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세기 후반에는 극한 열 스트레스 발생일이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지구 면적 중 10% 이상 지역에서 열 스트레스 지수가 상위 5%의 기준값을 초과하는 날의 연중 일수가 크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32.8도가 넘으면 ‘극한 열 스트레스’가 발생했다고 보는데 이런 날은 현재까지 매년 평균 7.6일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21세기 후반기에는 최대 94일 이상으로 11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극한 열 스트레스 발생일이 7월부터 시작되지만 60년 후에는 6월 중순으로 당겨지고 종료 시기도 8월에서 9월 중하순으로 늦춰질 것으로 전망됐다. 극한 열 스트레스 발생일이 최대로 지속되는 기간도 현재 3~4일에서 70~80일로 늘어난다.
한국의 열 스트레스 급증 현상은 동아시아 6개 권역 내에서도 크게 두드러지는 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 지역의 여름철 평균 열 스트레스 지수는 현재 26.1도에서 2081~2100년께 3.1~7.5도 상승하는데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3.2~7.8도가량 뜨거워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동아시아 6개 권역 중 중국 북동부 지역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문제는 지금도 온열질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데 앞으로 열 스트레스 지수가 더 높아지면 인명 피해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2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올해 폭염 대책 기간인 5월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이미 23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같은 기간 발생한 온열질환자도 크게 늘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환자는 1284명으로 전년동기(1064명) 대비 220명 더 많다.
기상청에 따르면 온열질환자는 열 스트레스를 단계별로 나타낸 ‘열 스트레스 지수’가 30도 이상일 때 급격히 많이 발생한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속출하는 구간은 열 스트레스 지수가 32~33도를 기록했을 때였다.
열 스트레스는 기온이 유사해도 습도가 높은 경우에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2021년 8월 6일 당시 최고기온이 32.2도에 습도가 57%를 기록했을 때는 열 스트레스 지수가 32.9도로 ‘매우 높음’ 단계를 찍었으나 이튿날 최고기온이 32.3도로 높아지고 습도가 48%로 낮아졌을 때는 열 스트레스 지수가 31.3로 ‘높음’ 단계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날씨가 점점 고온다습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열 스트레스는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일만 남았다.
기상청은 이런 결과값을 도출해내기 위해 고해상도(25㎞) 동아시아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SSP·모델 5종 앙상블)에 기온과 습도를 고려한 습구흑구온도(WBGT)를 기반으로 열 스트레스 지수를 적용해 분석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 더욱 자주 발생하고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극한기후에서의 안전 및 건강과 관련해 기후변화 시나리오 기반의 다양한 분석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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