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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터진 은행 횡령, 내부통제 시스템 못 갖추고 ‘선진 금융’ 운운하나


후진국형 은행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BNK경남은행은 부장급 직원 이 모 씨가 2016년부터 7년 동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 자금 562억 원을 횡령·유용할 동안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금융권 횡령 사고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해 순환 근무가 어려운 영역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700억 원대 횡령 사고도 기업개선부에서 10년 이상 일하던 직원이 저질렀다. 금융감독원은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장기근무자 비율 제한, 순환근무제, 명령휴가제 등의 ‘내부 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씨는 2007년부터 15년 동안이나 부동산PF 업무를 계속 담당했다. 당국의 지침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액은 총 2204억 원에 달했다. 올 들어서만 경남은행을 포함한 11개사에서 33건, 592억여 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에 따른 금융 사고는 횡령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금감원은 13개 금융사에 대한 검사에서 총 122억 6000만 달러 규모의 이상 외환 송금 거래를 적발했다. 국내 금융권이 불법 자금의 가상자산 투기 거래를 통한 환치기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은행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위법 행위다. 2017년 도이체방크는 러시아 자금 세탁을 방조한 혐의로 미국과 영국 금융 당국으로부터 벌금 6억 2900만 달러를 부과받았다. 2020년 IBK기업은행 뉴욕지점은 자금 세탁 방지 프로그램 미흡 등의 사유로 8600만 달러의 제재금을 납부한 적이 있다.

국내 금융지주그룹들은 신년 때마다 수익 기반 다변화, 디지털화와 혁신, 해외 진출, 사회적 책임 실천 등을 통해 선진 금융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횡령·돈세탁 방지 등 기본기조차 갖추지 못한다면 ‘글로벌 선진 금융’이라는 구호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금융권은 직원 윤리 재무장,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 등에 나서야 한다. 금융 당국도 관리 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위법·부당 행위가 적발될 때마다 뒤늦게 ‘무관용 원칙과 엄벌’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금융권의 내부 통제 지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철저히 전수 점검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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