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이름이 가장 긴 아파트는 전라남도 나주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1차(2차)’로 모두 25자다. 이름은 ‘대방건설’이 나주에 위치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마을에 지은 아파트라는 것을 의미한다. ‘엘리움’은 대방건설의 아파트 상표명이고 ‘로얄카운티’는 왕실 영지라는 뜻이다. 외우기는커녕 한 번에 읽기도 힘들다. 최근 이 지역을 방문한 길에 아파트 이름을 사진 찍기 위해 수소문했지만 전체 이름이 적힌 곳이 없었을 정도였다.
아파트 이름은 점점 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순우리말 아파트 이름은 희귀한 상태고 눈길을 끄는 형태만을 고집하다 보니 외래어·외국어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는 그래도 아파트 이름이 주로 지역명과 건설사 이름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아파트 붐이 본격화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외국어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주요 건설사들 자체가 외국어 상표를 쓰고 있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GS건설의 ‘자이’, 포스코이앤씨의 ‘더샵’,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SK에코플랜트의 ‘에스케이뷰’ 등은 물론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의 ‘호반써밋’, 두산건설의 ‘위브’, 쌍용건설의 ‘더플래티넘’ 등이다.
상표명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의 공동 이용 시설에도 영어 표기가 늘고 있다. 경로당은 ‘시니어 하우스’, 어린이집은 ‘키즈 하우스’, 학원 차량이 멈추는 곳은 ‘맘스 스테이션’, 재활용 공간은 ‘리사이클’ 등의 팻말이 붙어 있다.
그래도 우리말을 쓰는 건설사가 없지는 않다. 부영건설이 ‘사랑으로’를 사용 중이고 DL이앤씨의 ‘e편한세상’과 대우건설의 ‘푸르지오’도 눈에 띈다. 쉬운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최고급을 의미하는 ‘펜트하우스(penthouse)’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쉬운 우리말 순화어로 ‘하늘채’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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