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수장으로 맞아 새롭게 출발한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류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고 단체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변경하기로 했다. 전경련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 단체로 거듭나는 혁신안도 확정할 예정이다. 2016년 최순실 사태에 휘말려 4대 그룹 탈퇴 등 7년간의 시련을 겪은 전경련이 간판과 선장을 바꾸고 정상화를 향한 시동을 걸게 된 것이다. 류 회장은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해온 데다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과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어 글로벌 경제 단체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류 회장은 과감한 혁신과 조직 개편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경제 단체의 위상을 정립해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됐다. 무엇보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얼룩진 정경 유착의 굴레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철저한 반성과 재발 방지 조치를 통해 정치적 이해에 휘둘리지 않고 경제·사회적 책임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또 전경련에서 탈퇴한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의 조속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이미지 쇄신과 내부 개혁을 이뤄야 한다. 신산업 분야의 젊은 기업인들을 회장단으로 영입하고 윤리경영위원회 등을 설치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헌법 가치를 지키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이 자유시장 경제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책 대안을 적극 개발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치열한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경협은 그 과정에서 민관의 소통 채널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전경련은 경제개발 초기에 기간산업 육성과 수출 확대 등 정부 정책에 힘을 보태 경제 발전을 이끌어왔다. 한경협은 ‘경제계 맏형’ 역할을 되찾아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로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한경협이 반성과 환골탈태를 통해 글로벌 중추 경제 단체로 거듭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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