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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가기 싫어서"…서울대 1%(?) 치료법 '왕의 DNA'가 위험한 이유 [이슈, 풀어주리]

"'극우뇌' 이론, 의학적 근거 전혀 없다"

"ADHD의 대부분은 약물 치료가 우선"

"아동 ADHD,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정신과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낭설"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김주리 기자가 ‘풀어주리!' <편집자주>


사진=유튜브 캡처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아이에게는 찬 음식이 좋으니 피자와 라면이 좋다”

“동물을 괴롭히는 행동 또한 ‘극우뇌’를 가진 아이들의 특징이니 제지해서는 안된다”

“‘왕의 DNA’를 가진 아이들이다”

‘카더라’ 심리테스트에나 실릴 법한 말들이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상위 1%로 평가 받았다는, 민간 연구소에서 수십 명의 장애 어린이를 치료하는 김 모 대표의 ‘특별한 치료법’이다. 김 대표는 “우리 방식대로 양육하면 ADHD, 틱 등을 바로 치료할 수 있다”며 실제 200만 원 안팎의 등록 비용을 받고 있다. 한 교육부 5급 사무관은 김 대표의 치료법을 인용해 자녀의 새 담임 교사에게 교육과 훈육 방법을 요구하는 편지까지 보내 논란을 일으켰다.

2023년에 벌어지고 있는 발달장애판 ‘안아키’ 사태, 전문가는 이 같은 비과학적 치료 방식은 효과가 없는 것을 넘어 “심각한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발달장애, 5개월 내 약물 없이 ‘완치’ 가능?


김 대표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스펙트럼장애 등을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김 씨가 지난 2021년에 낸 2건의 특허 등록공보에는 “지적·지체·언어장애는 6~8개월 이내에, 자폐증상은 5~7개월 이내에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대표가 내세우는 치료 방법은 ‘왕자 또는 공주 호칭 사용해 우월한 존재임을 확인시켜주기’, ‘고개를 푹 숙이는 인사는 자존감을 하락시킨다’, ‘(아이가) 갑의 입지를 느껴야 유익한 신경전달물질이 생산되므로 내려다보지 않기’ 등이다. ‘왕의 DNA’를 타고난 ‘극우뇌’ 유형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훈육보다 대접을 해주면 영웅심이 채워져 문제 행동이 교정된다는 주장이다.

정신건강의학계는 김 대표의 주장이 ‘신빙성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비약물치료로 질환이 ‘완치’될 수 있다는 주장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며 경계성 지능 장애를 포함한 ADHD, 자폐 등 각기 다른 종류의 발달장애에 동일한 양육법을 적용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정희주 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연구소의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며 “ADHD의 경우 증상이 경미할 경우 비약물치료인 인지행동치료만으로도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약물이 1차 치료이며,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가 동반될 경우 그 효과가 더욱 좋다”고 설명했다.

또 “ADHD와 자폐스펙트럼장애, 경계성 지능장애는 완전히 다른 장애다”라며 “장애의 특성, 심각도,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함께 사용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AFP연합뉴스


정신질환에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김 대표의 주장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는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 치료에 의존하다 아동을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인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성인 ADHD 환자들의 증가세를 주목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관련 증상이 있었던 환자들도 많지만,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내원하는 경우도 대다수다. ADHD는 골든타임이 있을 정도로 초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병 시 반드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 원장은 “성인 질환이 아닌 ‘아이의 발달 질환’이라는 점에서 부작용이 더 크다. 신경계의 90% 이상은 성인기 이전에 발달이 완료된다. 이 시기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무리 치료를 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시도하다 치료시기를 놓치게 될 경우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ADHD 환자는 지난해 기준 14만927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증가세는 소아 및 청소년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3일 발표한 ‘2018~2022년 ADHD 진료인원 현황’을 보면 지난해 ADHD 진료를 받은 만 6~18세 환자는 8만1512명이다.

이는 2018년 3만6771명과 비교해 82.2% 증가한 숫자로 전체 ADHD의 환자의 54.6%를 차지한다.

사진=연합뉴스


“남과 다른 내 아이, 그래도 정신과는 좀…”


일각에서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민간요법에 기대는 이유 중 하나로 사회에 존재하는 '정신과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꼽는다. 한 전문가는 “‘내 아이는 정신과에 다니며 약을 먹는 아이’라는 주홍글씨를 남기기 싶지 않아 진료를 꺼리는 부모가 있다. 또 ADHD를 가정 내에서 교정하려는 시도가 많아 내원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30대 A씨는 “내 아이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선뜻 병원을 찾지 못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에서 나아가 정신과 진료기록으로 인해 향후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의존성이나 부작용, 내성 등으로 아이가 고통을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고 토로했다. 정신과에 가서 약을 먹기 시작하면 ‘관련 약물을 평생 먹어야 되는 것은 아닌가’,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아닌가’, ‘아이가 평생 병원에 다녀야 하는 건 아닌가’ 등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기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희주 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모든 약물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복용하는 것”이라며 “항생제가 소화불량, 발진, 간염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감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것처럼, 정신과 약물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가 주기적으로 관찰하며 약물을 복용한다면 대부분은 큰 부작용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정신과 약을 평생 먹어야한다는 것 역시 낭설”이라며 “증상이 완화되면 당연히 복용을 중단할 수 있다. 설령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서 약을 중단한다고 해도 증상이 투약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지 더 악화되거나 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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