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회적기업에 손을 쓰지 않으면, 적기를 놓칩니다. ”(김성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정부가 사회적기업 정책 방향을 육성에서 선별로 확 튼다. 부실한 사회적기업을 걸러내 정부 재원을 건실한 사회적기업으로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 정책에는 사회적기업을 이대로 두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사회적기업의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본지 8월 23일자 1·2면 참조
고용노동부는 1일 이같은 방향의 세부대책이 담긴 2023~2027년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사회적기업은 민간기업과 공공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다. 정부의 적극적 육성 지원 덕분에 2007년 55곳이던 사회적기업은 올해 3월 기준 3568개로 17년 만에 약 65배 늘었다. 사회적기업은 일하는 근로자 중 약 60%가 고령자, 장애인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속살을 보면 정부 지원이란 ‘인공호흡기’로 연명한 기업이 너무 많다. 작년 기준 전체 사회적기업 가운데 10인 근로자 미만 기업은 60%에 이를 정도로 영세화가 심하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의 2020년 영업이익 총액은 약 112억 원으로 전년 약 216억 원에서 104억 원이나 줄었다. 급기야 2021년에는 약 351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인건비 지원(최저임금 40~70%)을 받은 사회적기업의 고용유지율을 보면 1년 유지율이 29.2%에 그쳤다. 인건비 지원이 끊기면 직원을 내보내거나 그만두는 게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인건비 지원 예산은 2017년 662억 원에서 올해 974억 원으로 증가세였다. 사회적기업은 사회보험료, 공공기관 제품 우선구매 혜택도 받는다.
고용부는 설립 취지에 맞는 사회적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건실한 사회적기업이 정부 지원을 더 받도록 기업 평가가 사실상 의무화된다. 일정 기준 이상 평가 기업이 더 많은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경영 점검체계도 강화된다. 고용부는 2025년부터 자율이던 경영공시를 법정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정부 지원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된다.
사회적기업이 바라던 수익 규제는 완화된다. 고용부는 사회적기업이 이윤의 절반만 사회적 목적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이윤 배분 규정 완화를 검토한다. 현행 기준은 이윤의 3분의 2 이상이다. 현행 기준이 엄격해 사회적기업이 성장할 수 없는 ‘족쇄’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고용부는 사회적기업 제품의 판로 확대와 품질 개선을 지원할 방침이다. 사회적기업끼리 결합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범 추진한다. 성장성있는 사회적기업으로 투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금융환경 조성도 장기적인 과제다.
다만 이번 대책에 대한 현장의 우려도 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사회적기업 내년 예산 삭감에 대해 반대했다. 사회적기업의 취약계층 고용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호 실장은 “내년 사회적기업 예산안이 전년 보다 대폭 줄어든 것은 맞다”라면서도 “일반 중소기업과 차이가 없는 기업도 많은데 정부가 인건비까지 지원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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