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79)이 중국장애인연합회(CDPF) 명예주석 자리에서 물러났다. 덩푸팡의 퇴진은 그가 5년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외 정책 기조를 비판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20일 열린 중국장애인연합회 제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덩푸팡이 물러나고 양샤오두가 신임 명예주석으로 선임됐다.
1944년생인 덩푸팡은 1962년 베이징대 기술물리학과에 입학했으며 1968년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의 협박에 시달리다가 베이징의 한 건물 3층에서 몸을 던져 하반신이 마비됐다. 1988년 중국장애인연합회를 창설해 오랜 기간 주석과 명예주석을 맡아왔다.
특히 덩푸팡은 2018년 9월 열린 연합회 총회에서 시 주석을 겨냥한 쓴소리를 쏟아내 관심을 끈 바 있다. 그는 당시 “우리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진실을 추구해야 하며 냉철한 마음을 지니고 우리의 주제를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거만하게 굴어서도 안 되며 자신을 비하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인 불확실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이때 우리는 평화와 발전의 방향을 고수해야 하며 협력적이고 윈윈을 추구하는 국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작심 발언은 마오쩌둥의 독재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집단지도체제와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으로 미국과 충돌을 피하려 했던 부친 덩샤오핑의 노선에서 벗어난 시 주석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발언은 시 주석이 2018년 3월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 의지를 드러낸 상황에서 나왔다. 당시 시 주석은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미국과의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외교정책으로 도광양회 전략 폐기를 공식화했다.
외교가에서는 덩푸팡이 아직 명예주석직을 수행할 수 있음에도 시 주석이 추후 반기를 들 가능성을 우려해 현직에서 물러나도록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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