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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 반도체 수출통제 1년, 다시 고삐… 美는 규제 업데이트, EU는 합류 저울질 [뒷북 글로벌]

美, 저사양 AI칩도 수출 통제

엔비디아 A800 등 대상 포함

반도체장비 추가로 통제할 듯

클라우드 임대 차단도 포함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각료회의실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 품목에 저사양 AI칩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견제를 위해 첨단산업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반도체 수출통제가 이달로 1년을 맞으면서 각국이 다시금 대중 압박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해 반도체 장비 및 인공지능(AI) 칩 등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할 예정으로, 중국시장을 겨냥해 사양을 통제 기준치보다 낮춘 제품도 통제 대상에 들 전망이다. 유럽연합(EU)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통제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 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중국 측에 이르면 이달 초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대중(對中) 수출통제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네덜란드·일본산 등을 포함한 더 많은 반도체 장비의 수출통제도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미국 측과의 대화를 토대로 수출통제 발표 1년에 맞춰 업데이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가펫 등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의 16㎚ 로직반도체 △14㎚ 이하 로직반도체 관련 기술·생산장비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다만 당시 발표했던 것은 잠정적 규정이었으며 상무부는 그간 최종 규정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왔다.



미국 정부 안팎에서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1년을 맞아 문제점을 보완해 추가 규제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이번에 미국은 반도체 수출통제 관련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AI 관련 부문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AI 칩 A800이 대표적으로 수출통제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6월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의 AI 칩 A100·H100 등에 대한 수출을 통제했으며 엔비디아는 이에 대응해 A100을 저사양 버전인 A800으로 개조해 중국에 공급해왔다.

로이터는 반도체 장비에 대한 추가적 수출통제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미국의 수출통제에 동참하며 7월부터 첨단 반도체 노광·세정 장비 등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를 발표했으며 네덜란드 역시 이에 앞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내놓았다. 최종 규정에 이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WSJ는 중국 업체들이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Azure) 등 AI 작업에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임대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 서비스를 중국 기업들이 이용하면 미국의 수출통제를 우회해 AI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해서는 사전에 제출한 장비 목록에 한해 자유롭게 반입 가능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을 적용해 수출통제를 무기한 유예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 회사 로고가 걸려 있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인공지능(AI) 칩 A800도 추가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통제 기조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EU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이 반도체·AI·양자·바이오 등 첨단 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을 연말까지 평가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에는 평가 결과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조치에는 핵심 기술의 수출통제나 EU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제휴 규제가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은 베라 요우로바 EU 가치·투명성 담당 부집행위원장이 3일 첨단 기술 보호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U의 이런 움직임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나 EU 등 서방국가들은 인권·민주주의 등과 거리를 두는 권위주의 국가를 지칭할 때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국가’라는 표현을 쓴다. 최근에는 중국 견제 정책을 펼 때 자주 등장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EU 경제안보 전략의 일부이며 미국·호주 등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국가들이 구사한 대책을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U는 올 6월 사상 처음으로 경제안보 전략을 발표하며 첨단 반도체 등 민감한 기술을 보유한 역내 기업의 과도한 제3국 투자를 금지하겠다는 기조를 밝혔다. 또한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제품군에 대해서는 수출통제를 실시하며 EU 역내 핵심 인프라나 기업이 제3국에 인수되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점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미 의회 의원들은 다음 주 중국을 찾아 마이크론 반도체의 중국 내 판매 금지 사태 등 현안을 논의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 당국은 5월 중요한 정보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마이크론 제품에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안팎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에 맞불을 놓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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