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연예 기획사 '자니스 사무소'가 창업자 고(故) 자니 기타가와의 성착취 파문 끝에 탄생 61년 만에 사명을 바꾼다. ‘스마일업’으로 새롭게 이름을 바꾸는 회사는 기존 간판 철거 작업에 착수했다.
5일 요미우리신문·FNN프라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스마일업 본사 건물에 설치된 ‘Johnny & Associates’ 간판 철거 작업이 이날 오전부터 시작됐다.
이날 본사 앞에는 수많은 팬들이 모여 철거 작업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팬은 “사명을 바꾸는 것에 반대하지 않지만 소속 연예인들은 장래가 유망하다”며 “그 점을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자니스 소속의 최신 그룹 ‘스노맨’의 부채를 들고 온 또 다른 팬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상념에 젖은 모습이었다. 대만에서 왔다는 또 다른 팬은 철거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앞서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신임 사장은 "창업자 기타가와와 완전한 결별의 결의를 나타내기 위해 회사명을 오는 17일 자부터 스마일업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칸자니 에이트·자니스웨스트 등 기존 사명인 자니스가 붙는 그룹과 계열사 명칭도 모두 바꾼다는 방침이다.
히가시야마 사장은 “스마일이라는 말에 이질감을 느끼는 분도 있겠지만 우선은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지원이나 보상을 조금이라도 빨리 진행해 나가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마일업은 자니스 사무소가 3년 전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취득한 상표다.
회사는 지난달 13일 3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피해자 구제위원회를 설치했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 보상을 시작하며 보상이 끝나면 자니스 사무소는 완전히 폐업할 예정이다. 사무소가 설치한 피해자 구제위원회에 478명이 연락했으며 이들 가운데 325명이 보상을 원하고 있다.
기존 소속 연예인과 사원 모두 스마일 업으로 소속을 옮긴다. 일본 아이돌 그룹 ‘V6’ 출신인 이노하라 요시히코가 스마일 업의 부사장 자리에 앉는다.
자니스 사무소는 자니가 1962년 설립해 스마프, 아라시, 캇툰, 칸자니 등 다수의 아이돌 그룹을 배출한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다.
창립자 자니가 2019년 7월 사망한 뒤 연습생 격인 자니스 주니어 출신 오카모토 카우안이 미성년자 시절 자니로부터 성 착취를 당한 사실을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유명 아이돌 그룹과 기무라 타쿠야, 마쓰모토 준 등 인기 스타를 담당했던 자니스 창업주의 성 추문으로 일본 내 다양한 광고주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기존 광고모델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를 놓고도 고민 중이다. 일본 보험사 중에는 ‘자니스 손절’을 결심한 보험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쿄해상일동화재는 자니스와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도쿄해상은 "인권존중을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실천해 온 도쿄해상은 자니스와 더 이상 광고 계약을 맺지 않을 것"이라며 "기간이 남은 계약의 경우 만료를 기다리지 않고 해지하는 것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 닛폰생명도 자니스와 더 이상 광고계약을 맺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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