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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의 정치나침반]국정감사를 통해 본 위기의 본질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세계 안보·경제지형 뒤흔들리는데

국감, 여야 싸움만 남고 국익 실종

'강국도 내부분열로 붕괴' 되새겨야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감은 문자 그대로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일을 제대로 했는지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감찰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문제를 찾아내 나무라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일이 많기에 정부 측의 자기변호와 이를 반박하는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증인들을 불러 검증하는 과정이 마치 공개된 청문회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국감은 이미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국익과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짚고 확인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다. 여당 위원은 정부를 변호하는 것을 자기 역할로 착각하고 야당은 자기 당의 이익에 눈이 멀었다. 이슈 선택 단계부터 국민과 국가의 이익은 사라지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비난하며 자신과 자당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만 남는다. 업무에 바쁜 증인을 불러 놓고 하루 종일 질문 한마디 없이 의원들끼리 서로 막말과 삿대질하며 싸우다 시간을 보낸다.

21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였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이를 걱정하는 의원은 없다. 어차피 4년만 참으면 이 오명은 22대 국회가 차지할 것이니까. 이처럼 부끄럽고 비생산적이며 국민을 갈라치는 국감을 언제까지 계속할 셈인가. 입으로는 국민 통합을 외치면서 행동은 분열을 조장하는 이율배반적인 이 지긋지긋한 모습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지금 세계의 안보와 경제 지형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해를 넘기며 계속되고 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해묵은 갈등은 전쟁으로 폭발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날로 고도화돼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고, 미중 패권 다툼은 갈등으로 치달아 동북아 신냉전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정치와 안보의 위기는 곧 세계경제의 불안정을 불러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와 같은 개방경제는 자원 획득의 어려움과 소비 시장의 축소, 그리고 안보 위험이라는 삼각파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국가 소멸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외부의 어려움이 커지면 내부 통합으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마땅한데 우리 정치는 정반대다. 진정한 위기는 갈등과 분열의 일상화에 있다. 크고 강한 나라는 외부 위협이 아니라 내부 분열로 무너진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100만 명 여진족이 1억 명 인구의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대륙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북한에 비해 45배의 국력이라는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도 바로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분열이다. 그런데 국회는 국가기관 중 신뢰도 꼴찌라는 불명예를 20년 넘게 달고 살면서 갈등과 분열만 증폭시키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스라엘 정부가 예비군을 소환하자 그 국민이 앞다퉈 귀국하고 있는 모습이 주는 울림은 명확하다. 우리 국민이 국가의 부름에 그처럼 적극적으로 응할까. 지금처럼 갈등과 분열이 큰 상황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우리 후손들이 김정은 만세를 외치며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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