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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반발·필수의료 체계 개선…의대정원 개편 '첩첩산중'

◆당정 '1000명 이상 증원' 추진

1000명당 의사수 OECD 최하위권

韓보다 의사수 적은나라 멕시코 뿐

의협은 정책 반대…투쟁 불사 예고

국민 3명중 2명은 "정원 더 늘려야"





여당인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교육부 등 당정이 2025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정부의 실행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0년에도 의료계 총파업 등 대규모 파업이 발생해 결국 정부가 의대 증원 방안을 백지화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민 3명 중 2명이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할 정도로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5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일정·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발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애초 2000년 의약 분업으로 줄었던 의대 정원 351명(10%)을 원상 복구하거나 정원이 적은 지방 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500여 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정부가 1000명 이상 증원이라는 파격적인 숫자를 제시한 것은 소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체계와 지방 의료가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는 2.6명으로 OECD 평균(3.7명)을 훨씬 밑돈다. OECD 가입국 가운데 한국보다 의사 수가 적은 나라는 멕시코(2.5)뿐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지방 국립대, 지역인재 전형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1년 기준 서울 3.37명으로, 전국 평균(2.13명)을 훨씬 넘는다. 같은 수도권이라도 경기도는 1.68명, 인천은 1.77명에 불과해 서울만 벗어나면 의료 인프라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의사 수가 가장 적은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1.23명인 세종시다.

의대 정원 확대 성공은 의료계의 반발을 어떻게 넘느냐에 달려 있다. 2000년대 초 의약 분업 이후 의료계의 반발로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상태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공공의대 신설을 골자로 연 400명씩 향후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대생 국가고시 거부와 전공의 집단 휴진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의정 합의를 통해 논의하고 있었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거부하지도 않았다”며 “정부가 정원 확대라는 극단적 결정을 하면 그에 따른 반응도 극단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지역 의사회는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13일 성명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전향적 대책은 빠진 채 의대 입학 증원에 몰두하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며 “근본적인 의료 개혁에 관한 논의 없이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면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의사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의료계가 전면적 파업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올 9월 13~19일 전국 20~60대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6.3%가 현재 정원의 약 10% 이상을 증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4.0%(241명)는 1000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국책연구기관과 시민단체 역시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지역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50년 국내 의료 서비스 수요 대비 의사 수가 최대 2만 2000명 부족할 것이라며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신입생 정원을 매년 5% 늘려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역시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입학 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늘리고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건은 의료 정원 확대를 통해 붕괴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시스템을 복원하는 데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필수 분야로 가지 않고 피부미용과 성형외과로 쏠릴 게 뻔하다”는 의협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운 의협 부회장은 이달 대한의학회 뉴스레터에 기고한 ‘의사증원 논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글에서 “의사 증원으로 반드시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가 늘고 지역 의사가 양성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수도권 쏠림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의료 전달 체계 확립과 같은 중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역 의대 졸업생들이 곧바로 수도권으로 옮겨 개원하지 않고 지역에 머물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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