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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조 뚫은 ETF…폭풍성장 이어갈까 [선데이 머니카페]

6월 말 100조 돌파 후 3개월만

'고금리' 우려가 오히려 기회…

금리형 3종에만 6조 원 몰려

빠른 성장 속 부작용도 급증

상품 베끼기·수수료 경쟁 등

"하반기부턴 조치 취해질 듯"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지난 12일 11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100조 원을 돌파한 지난 6월 29일 이후 약 3개월 반 만인데요. 불과 3년 전만 해도 순자산 규모가 현재의 절반인 50조 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입니다.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ETF 시장이 최근 수 년간 급성장한 배경과 향후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석달만에 10조↑…금리형 상품에 뭉칫돈


1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ETF 순자산 총액은 이달 12일 기준 110조 238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6월 29일 100조 원 고지를 돌파한 후 석 달여 만에 10조 원이 늘어난 셈입니다.

하반기 글로벌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긴축 장기화 여파로 상반기 대비 현격한 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ETF 시장에는 도리어 기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금리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금리형 ETF가 수 조 원의 돈을 빨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6월 2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순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ETF 1~3위는 전부 금리형 상품이었습니다. 올 6월 8일 상장한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의 순자산이 2조 9177억 원 늘어난 것을 비롯해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와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도 각각 1조 8759억 원, 1조 3546억 원 증시 자금을 흡수했습니다. 10조 원 가운데 6조 1422억 원이 금리형 ETF 3개에만 몰린 셈입니다.

금리형 ETF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와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등 단기금리를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하루 단위로 이자 수익이 확정돼 손실 가능성이 크게 낮다는 점에서 ‘파킹통장형’ ETF로도 불립니다.

2002년 10월 14일 문을 연 국내 ETF 시장은 한동안 기관투자가의 영역으로만 인식됐습니다. 17년 뒤인 2009년에서야 50조 원 규모에 도달하며 비교적 느린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확산한 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4년 만인 올해 100조 원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이후에도 개인투자자들의 공모펀드 불신이 심화되는 가운데 손쉬운 거래·낮은 수수료율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성장 속도를 점점 키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시장 커지며 지각변동도…'1강' 삼성운용 점유율 줄고 중소형 운용사 약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경쟁 구도에도 균열이 크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업계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이 8월 말 사상 처음으로 40% 밑으로 내려간 게 대표 사례입니다. 2020년 25%포인트 안팎이었던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와의 점유율 격차는 이제 4%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졌습니다. 지난달 15일에는 삼성운용의 ‘KODEX 200’이 미래에셋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에 순자산 1등 자리를 빼앗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KODEX 200이 2등으로 밀려난 것은 2008년 7월 이후 15년 만이었습니다.

중소형 운용사들도 그 사이 빠르게 약진했습니다. 국내 최초 월배당 ETF인 ‘미국배당다우존스’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시리즈 4종’ 등을 연달아 흥행시킨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말 5948억 원에 불과했던 순자산을 이달 12일 2조 519억 원까지 불렸습니ㅣ다. 같은 기간 점유율도 0.9%에서 1.9%까지 두 배 늘었다. 삼성운용 출신 배재규 대표를 영입한 한국투자신탁운용, ‘K방산’ 등 그룹사에 특화한 상품을 내세운 한화자산운용의 점유율도 같은 기간 각각 3.9%에서 4.7%, 1.8%에서 2.5%로 증가했습니다.

외형은 커졌지만…상품 베끼기에 최저 보수 경쟁까지 ‘그림자’도 짙어


순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ETF 종류도 급증했습니다. 12일 기준 국내 상장된 ETF는 774개로 2020년 1월 450개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외형이 급격히 커진 가운데 내실은 충분히 다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상품 베끼기’ 관행이 대표적인 병폐로 꼽힙니다. 흥행작이 하나 나오면 유사 상품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겁니다. 올 상반기 출시한 신한자산운용의 ‘SOL 2차전지소부장’ ETF가 대표적입니다. 출시 첫날 한 시간 만에 완판될 정도로 투자자들의 인기를 모았는데 얼마 후 유사한 ETF들이 줄줄이 상장됐습니다. 미국 월배당 ETF, 인도 ‘니프티’ 지수 ETF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습니다.

상품 베끼기 관행은 ‘업계 최저 보수’를 내건 수수료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가장 후발주자로 나선 미래에셋운용이 ‘TIGER 미국배당 다우존스 ETF’의 연 총보수율을 업계 최저인 0.03%로 책정하자 신한운용이 기존 0.05%에서 0.03%로 보수율을 낮추면서 맞불을 놨고 현재는 0.01%까지 낮췄습니다. 기존에 있던 분기배당 상품을 월배당으로 변경해 시장에 뛰어든 한국투자신탁운용도 ‘ACE 미국배당 다우존스’의 총보수를 0.01%로 파격 제시했습니다. 수수료는 운용사의 주된 수입원인 만큼 이같은 경쟁은 결국 ‘치킨게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ETF는 그 자체로 수수료율이 기존 공모펀드 등보다 낮은 상품”이라며 “0.01% 수수료는 사실상 돈 벌기를 포기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거래소에서도 업계 질서를 해칠 수 있는 이같은 관행에 칼을 빼들었습니다. 새 ETF가 출시되면 일정 기간 우선적 권리를 보장해주는 배타적 사용권을 도입하고 있는 게 대표적입니다. 선점 효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ETF 시장에서 배타적 사용권은 독창적인 상품을 만드는 운용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품의 독창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등의 문제 때문에 배타적 사용권이 실제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면서도 “다만 거래소 측에서 다른 방식으로라도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 하반기, 내년 초부터는 유사 상품 난립 현상이 사그라들면서 ETF 상장 자체도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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