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사진) 일본 총리가 17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시작되는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오는 19일까지 진행되는 예대제 기간 중 직접 참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가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총리 취임 이후 야스쿠니 신사의 봄·가을 예대제 때 직접 참배 없이 이 같은 대응을 취해 왔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사인((私人) 입장에서의 봉납’으로 정치·외교적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의 공물 봉납에 대해 “사인으로서의 봉납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정부 견해를 말할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중국, 한국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지 표명과는 달리 기시다 내각 각료 3명은 이번 예대제를 맞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전날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에 이어 이날 오전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신사를 참배했다.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도 18일 집단 참배할 예정이다.
도쿄 치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 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곳이다. 이 중 90% 가까이가 태평양 전쟁과 관련돼 있으며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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