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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통계청 직원 700명 매달린 이 일…200만 농민도 ‘촉각’

'쌀 생산량조사' 현장 가보니…표본곡 채취 분주

전국 3137개 필지 조사…정부 농업 정책에 활용

GIS 등 첨단기술 확대 적용…"AI 시스템도 개발"

조사기관 일원화 지적도…농진청 오차 폭 2배

이형일 통계청장(가운데)이 18일 경북 상주의 벼 재배 현장을 방문해 쌀 생산량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통계청




지난 18일 찾은 경북 상주 합창읍의 한 벼논. 2500㎡(약 756평) 규모의 논 곳곳에 ‘생산량조사 표본포구’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이 꽂혀 있었다. 현장에서는 동북지방통계청 직원들이 깃발을 중심으로 3㎡ 면적에 심어진 벼를 베어내 탈곡기로 옮기는 데 한창이었다. 통계청이 매년 10월 진행하는 ‘쌀 생산량조사’를 위해 표본곡을 채취하는 작업이었다. 이형일 통계청장도 이날 조사 시연회가 열린 현장을 찾아 직원들의 업무를 거들었다. 정장 차림이던 이 청장은 작업복을 입고 “벼를 직접 베는 것은 처음”이라며 웃었다.

쌀 생산량조사는 통계청이 매년 11월 발표하는 국가 공인 통계다. 통계청은 매년 9월 ‘쌀 예상 생산량조사’를 진행한 후 추수철인 10월에 실제 쌀 생산량을 집계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하지만 약 70만 ha(헥타르·1ha=1만 ㎡)에 달하는 전국의 벼논을 일일이 조사할 수는 없는 일. 통계청이 표본 구역을 뽑아 해당 논에서 재배된 벼로 전국의 쌀 생산량을 가늠하는 이유다.

이날 통계청 직원들이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경북 상주의 벼논도 올해 표본 구역으로 선정된 3137개 필지 중 하나였다. 수확을 이틀 앞둔 벼들은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통계청 직원들은 깃발을 중심으로 벼를 베어낸 후 탈곡기에서 낟알을 털어냈다. 낟알이 조사 정확도와 직결되는 만큼 직원들의 움직임도 신중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베어낸 벼만큼 경작자에게 보상비를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탈곡 작업을 마치면 조제와 건조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조제는 바람이 나오는 풍구를 활용해 낟알에서 쭉정이 등 이물질을 걸러내는 작업이다. 통계청 직원들은 풍구의 바람으로 바닥에 흩어진 낟알까지 주워 수차례 이물질을 분류했다. 이후 조제된 벼(생벼)의 무게를 측정하면 현장 작업의 절반이 끝난다.



표본곡 건조는 이틀 동안 진행된다. 표본용으로 수확한 벼의 수분율을 15% 안팎으로 맞추기 위한 작업으로, 통상 갓 수확한 벼의 수분율은 약 25%다. 통계청이 시연회 편의상 준비한 건조 벼의 수분율은 14.4%. 통계청 직원들은 건조 벼의 무게를 잰 후 벼 껍질을 제거하는 제현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현미 무게를 측정했다. 이어 측정값을 조사표에 기입하면 현장 업무는 마무리된다.

이형일 통계청장(왼쪽)이 18일 경북 상주의 쌀 생산량조사 현장을 방문해 조제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통계청


이렇게 조사된 쌀 생산량 통계는 양곡 관리 등 정부의 농업 정책에 활용된다. 양곡 비축량 결정, 쌀 값 안정 조치 등에 통계가 쓰인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 부처 중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핵심 통계가 된다. 220만 명에 달하는 농민들도 통계청이 발표하는 쌀 생산량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해당 통계가 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매년 쌀 생산량조사에만 통계청 직원 700여명이 투입된다. 통계청 전체 조사 인력이 약 24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쌀 통계의 중요성이 작지 않은 만큼 통계청은 조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 현장 조사원이 2021년부터 태블릿 PC를 활용한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있다. 조사원은 위성항법장치(GPS),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을 활용해 표본 구역의 면적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과거에는 조사원이 직접 실측과 목측을 통해 재배 면적을 측정했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통계청 측은 “표본 구역을 자동 설정하는 등 보다 정교화된 시스템을 2025년부터 쌀 생산량조사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인공지능(AI)으로 경지의 재배 작물을 자동 분류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쌀 예상 생산량조사 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통계청과 별도로 쌀 예상 생산량을 집계하는 농촌진흥청의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통계청과 농진청의 쌀 예상 생산량과 실 생산량 간 차이는 각각 3만 6000톤, 8만 7000톤으로 집계됐다. 농진청의 오차 폭이 통계청보다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이 의원은 “농진청은 최근 1년 동안 쌀 생산량 예측을 위해 약 50억 원을 썼지만 신뢰성과 정확성이 낮다”며 “농진청은 통계청 자료를 쓰고 농업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혈세를 아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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