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로 잠재 리스크가 커지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덩치 줄이기는 심화하고 있다. 기업 성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압박도 거세지고 있어 자칫 경기가 ‘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 해고 데이터 집계 사이트인 ‘레이오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기술 관련 기업 1074곳에서 24만 5420명의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총 해고 건수(16만 명)를 넘어선 수치다.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과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인력 조정에 들어갔고 어도비와 IBM처럼 공식적인 구조조정 대신 업무 재배치로 퇴사를 유도하는 곳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감원 바람은 월가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 5대 대형 은행들은 올해 들어 총 2만 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웰스파고는 전체 인력의 5%가량을 줄였고 골드만삭스도 수주 안에 전체 직원의 1~2%가량을 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웰스파고는 “올해 사업 전 분야에서 감원이 이뤄졌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로 직원을 내보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고물가·고금리 환경과 맞물려 가속화하고 있다. 고물가로 수요 전반이 둔화하고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부담까지 커지자 비용 감축에 내몰린 기업들이 사람부터 줄이고 나선 것이다. 연준이 당분간 지금의 고금리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변수 등과 맞물린 불확실성으로 기업의 사업·인력 구조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경기 악순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 성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사측의 근로시간 단축이나 감원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