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주요 인사들을 살해할 암살부대를 조직하고 가자지구에 조만간 지상군을 투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부 국가들이 인질 협상을 위해 지상전을 연기하라고 압박했으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시리아에도 공습을 강화하며 확전에 대비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신베트는 하마스 누크바 특공대원들을 살해하는 임무를 맡은 ‘닐리’라는 이름의 특수작전 센터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닐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의 지하조직명이다.
이 특수작전 센터의 임무는 7일 이스라엘을 침입한 하마스의 최정예 특공대원인 누크바 요원들을 모두 암살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스라엘 공격을 지휘한 하마스 사령관 무하마드 데이프와 정치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가 최우선 암살 대상이라고 TOI는 전했다.
대규모 병력의 가자지구 진입도 임박한 모습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텔아비브 공군 사령부를 찾아 “작전은 한 달, 두 달, 세 달이 걸릴 수도 있지만 결국 하마스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전날 밤 보병연대 지휘관들에게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할 것이다. 하마스의 작전 시설과 기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과 전문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가 인질 협상을 중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협상 중에도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이날 CNN에 밝혔다. 이 당국자는 가자지구 지상전을 연기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힌 후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노력이 하마스를 해체하려는 임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시리아·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도 공습을 강화하며 헤즈볼라 등 이란 대리인들에 ‘전쟁에 끼어들지 말라’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이날 가자지구 내에서 양측 간 무력 충돌도 벌어졌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남부 키수핌 인근 가자지구 장벽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이스라엘 탱크와 공병 차량을 향해 하마스가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병사 1명이 숨졌다.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은 자신들이 매복 공격으로 이스라엘 부대를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CNN은 “이번 전쟁이 시작된 후 양측이 가자지구 지상에서 벌인 첫 교전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등 서방 6개국 정상들은 이날 전화회의 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면서도 국제법을 준수하고 민간인을 보호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성명은 지상군 투입을 앞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내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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