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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동병상련의 창업가들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대표





겉으로는 멋져만 보이는 창업. 금방 세상을 바꾸고 수천억 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해 부와 명예를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지난한 어려움의 연속이다. 나만의 유일무이한 아이디어일 줄 알았는데 비슷한 제품이 너무 많다. 남이 만들어 놓은 앱이 형편없어 보였는데 막상 개발하려니 말로만 듣던 개발자 구인난에 좌절한다. 창업 자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나고, 매출은 없는데 매달 처리해야 할 서류 작업은 왜 이리 많은지. 회사 다닐 때 총무·인사·재무팀에서 해줬던 일들이 모두 내 일이 된다. 힘들게 얻은 사업 소개 자리에서 한두 번의 투자 거절은 견딜 만했는데, 스무 번이 넘어가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심신이 지친다.

이런 창업가들의 도전을 돕기 위해 필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CEO살롱’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원자 50여 명 가운데 10명을 선발해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4가지에 대해 고민을 나눈다. 주제는 △회사 미션과 비전 △투자 유치 △사업 모델 △위기 극복이다. 지금까지 시즌제로 94명이 수료했고 이번 달 시즌 9가 시작된다.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저녁나절 CEO살롱에 참가하는 창업가들은 체력적으로 지칠 만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눈빛은 마치 사나운 굶주린 사자 같다. 열정과 집념이 가득해 허튼소리 한마디도 용납하지 않는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 어떤 강연보다 준비를 많이 해 첫 강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지는 못했다. 둘째 날은 30분 분량의 강의를 5분 만에 끝냈다. “이번 강의는 여러분께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준비해온 내용의 목차만 말씀드리고 여러분의 당면 고민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스타트업 대표 한 분이 조심스레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머뭇거리던 참석자들이 하나둘 토론에 참여하기 시작해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예정된 2시간이 지나도 창업가들은 마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토론이 끝난 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 창업가가 있어 위안받았다” “멘토의 조언보다 비슷한 처지의 창업가가 제시하는 대안이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됐다” 같은 후기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동병상련. 매일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는 창업가는 다른 동료 창업가에게 큰 위안을 받는다. 고민을 나누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다 보면 우리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어떤 친구보다 가깝고 믿음직스러운 동료를 얻게 되기도 한다.

창업가 멘토로 프로그램을 시작해 결과적으로 진행자 역할을 하게 됐지만 여태까지 진행한 프로그램 중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처음으로 CEO살롱이 개최된다. 부산에서는 또 어떤 사자이자 전사 같은 창업가들을 만나게 될까. 무척이나 설레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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