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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슬픔에 위로”, 朴 “심심한 사의”…보수 위기에 악연 풀고 손잡다

■'박정희 추도식'서 재회

尹, 박 전 대통령에 화합의 뜻 전해

朴 "순방후 곧장 참석 감사" 화답

단 둘이 묘소까지 올라가며 대화

대구·경북서 與 지지율 급락하자

국민·단합 강조하며 반등 기회로


윤석열 대통령이 4박 6일간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순방을 마치고 곧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달려간 것은 ‘보수 대통합’의 변곡점을 만들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과 ‘탄핵’이라는 악연으로 얽혀 있다. ‘화해’와 ‘통합’의 모습을 통해 대구·경북(TK)과 보수 지지 기반을 흡수,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승리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중동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26일 오전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4박 6일 순방을 마치고 성남 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공항 환영 행사를 끝내고 한남동 관저에 잠깐 들러 환복한 후 오전 11시로 예정된 추도식에 바로 달려갔다. 귀국 후 여독이 풀릴 새도 없이 불과 2시간여 만에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것이다.

이날 추도식에서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한결같이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국민’ ‘단합’이라는 단어를 썼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하면 된다는 정신은 웅크리고 있는 우리 국민의 잠재력을 끌어내서 위대한 국민으로 단합시켰다”고 설명했다.특히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자랑스러운 지도자”라고 추켜세우며 존경과 최고의 예우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일궈 놓은 철강·발전·조선·석유화학·자동차·반도체·방위산업으로 그간 번영을 누려왔다”며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튼튼한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추도사 끝에 잊지 않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그동안 겪으신 슬픔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직접적인 사과의 마음을 담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유족 대표 인사말을 통해 “오늘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시자마자 곧바로 추도식에 참석해 주신 윤 대통령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와 저, 여러분의 꿈은 모두 같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힘을 모아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것”이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55년 전인 1968년 12월 5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육성으로 녹음된 ‘국민교육헌장’ 청취도 진행됐다. 추도식 종료 이후 윤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가 안장된 묘소로 두 사람만 걸어 올라갔다. 묘소 도착 이후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화하고 분향했다. 그 뒤 두 사람은 오솔길로 걸어 내려오며 대화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공개된 사진에서는 두 사람이 활짝 웃는 모습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이번 추도식이 진행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적극적으로 참석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취임 전후로 꾸준히 노력해왔다.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해 3월에는 병원에서 퇴원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축하 난을 전달하며 조만간 찾아뵙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또 취임을 앞둔 지난해 4월 12일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 약 50분간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과거 수사에 대해 사과하며 깍듯한 예우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보수 대통합’의 필요성을 적극 띄우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한 보수 색채가 윤 대통령의 약점을 메워줄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중동 분쟁 속 세일즈 외교로 27조 원 규모의 성과를 내고 귀국했다. 또 민생 중심으로 국정 기조도 전환했다. 하지만 국내 정치 상황은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날 발표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32%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조사인 10월 2주 차 조사 대비 3%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며 올 4월 4주차(32%) 이후 가장 낮다.

특히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이달 20일 공개된 갤럽 여론조사(17~19일 성인 1000명 조사)에서 TK 지지율은 전주보다 13%포인트 하락한 4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대구·경북의 민생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지역민들과 소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4대강 행보에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공개 회동할지도 이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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