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오세훈 시장의 대표 복지정책인 안심소득을 내년에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에 대해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안심소득 관련 예산을 올해 140억 원에서 240억 원으로 58% 확대할 예정이다. 전체 예산을 1조 원 가량 삭감하는 ‘마른 수건 짜기’ 속에서도 취약계층만큼은 챙기겠다는 의지다.
안심소득은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을 채워주는 소득보장 모델로 서울시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단계에서는 1100가구에 대해 중위소득의 85%를 기준점으로 삼아 월 소득을 뺀 뒤 그 차액의 절반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1인 가구라면 88만3110원, 2인 가구는 146만8870원, 3인 가구는 188만4800원, 4인 가구는 229만5410원을 최대 받게 된다. 소득이 더 적은 취약계층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 하후상박형 구조다.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는 자동차 같은 재산도 소득으로 환산해 적용하는 등 선정 기준이 까다롭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와 달라 안심소득은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는다. 단, 재산이 3억2600만 원을 넘으면 해당되지 않는다.
내년의 경우 가장 어려운 계층을 돕기 위해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자치구 추천을 받아 선정한 뒤 안심소득 급여를 지급할 방침이다. 집행도 시에서 직접 하게 된다. 올해 선정된 2단계 1100가구 역시 계속 안심소득을 받는다. 서울시는 일·고용, 가계관리, 삶의 태도 등에 대해 안심소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선정한 1차 지원가구(중위소득 50% 이하 484가구)의 경우 의료비, 식료품비 지출 등 필수 생활지출이 늘어나고 우울감,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 시장은 '약자 동행 특별시'를 모토로 내걸고 사회 양극화 해소와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생계·주거·교육 등 주요 분야별로 취약계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해왔다. 민선 8기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지표인 '약자동행지수' 개발도 완료했다. 또 소득 격차 완화와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 도시와 교류하는 ‘세계 소득보장 네트워크’(가칭)를 연내 만들 계획이다. 오는 28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약자동행 사업을 소개하는 등의 '2023 동행 어울림광장' 행사를 개최한다.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후 오 시장은 정치 투쟁에서 벗어나 약자를 보듬고 서민 생활을 챙기는 '애민의 정치'를 주문했다. 떠난 민심을 되돌리려면 ‘약자와의 동행’밖에 없다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 어렵게 자랐던 그의 확고한 철학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보듬는 것은 어느 정치인이든 정당이든 기본적 책무"라며 "약자 정책에 진심인 정당이 선거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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