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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리더와 '설득의 3조건'





일본 아사히신문이 10월 정기 국정 여론조사 때 ‘색다른 질문’을 던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취임 2년을 맞아 추가한 항목은 ‘지금까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총리에게서 열정을 느끼는가’ ‘총리가 정책을 알기 쉽게 설명할 힘을 지녔다고 평가하나’ ‘총리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신뢰할 수 있느냐’의 세 가지였다.

질문을 만든 기자는 최근 칼럼에서 이 세 개 항목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꼽은 ‘설득의 조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세 가지 조건으로 에토스(ethos·신뢰감), 파토스(pathos·감성), 로고스(logos·이성)를 꼽았다.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돼야 하며, 듣는 사람의 감성에 호소해야 하고, 납득할 만한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과는 어땠을까. ‘총리의 일하는 모습을 보며 열정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59%였고 ‘느낀다’는 비율은 35%에 그쳤다. ‘정책을 알기 쉽게 설명할 힘’을 평가하는 항목에서는 69%가 ‘없다’, 23%가 ‘있다’를 택했다. ‘지금까지의 모습에서 총리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62%가 ‘없다’고 답했다.



표본에 근거한 여론조사가 민의를 100% 대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가 취임 후 추진해온 ‘새로운 자본주의’나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 ‘성장 성과의 환원(감세)’ 등을 두고 국민은 물론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총리가 도대체 뭘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소득세 감세만 해도 ‘방대한 방위비 증액에 수반하는 증세 개시를 앞둔 시점에 (소득세) 감세와 증세를 동시에 하겠다는 거냐’는 지적이 나온다. 나랏돈을 두고 짧은 기간 정반대의 논리가 내걸리고 이에 맞춰 정책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와 열정·논리를 발견할 수 있을까.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의대 정원 문제를 둘러싼 딴소리로 대통령이 교육부를 질책한 일련의 사태부터 5세 취학연령 소동, 주69시간 노동 논란(근로시간 개편안), 수능 킬러 문항 파동, 고위 공직자 인사 갈등 등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사안들도 철학과 설명이 부족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한국·일본 모두 정권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찍고 보궐선거에서도 우울한 성적을 받았다. 매서운 민심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정쟁만 있고 철학·공감·설명이 아쉬운 국정에 좋은 점수를 줄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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