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대형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3분기에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고금리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비해선 증권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늘었고 삼성증권(016360)은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연간 1조 원 영업이익을 달성할 지 관심을 모은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본금 기준 상위 5개 증권사인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KB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47.2% 늘어난 844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5개사의 올 해 누적 영업이익도 3조 307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한투증권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7조 1683억 원을 기록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006800)을 넘어섰다.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삼성증권이 3분기 2013억원, 누적 기준 7434억원으로 모두 최대를 기록했다.
증권사별로는 자본금 11조 원을 넘긴 미래에셋증권이 3분기 4조 5728억 원의 매출과 17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위탁매매와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동기보다 15.5%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의 올 해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15조 4155억 원, 4383억 원이었다.
투자은행(IB) 부문의 전통 강자인 NH투자증권(005940)은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 모두에서 1위를 기록하며 3분기에 1년 전 보다 72.9% 늘어난 118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투도 위탁매매 이자와 IB 부문 수수료가 모두 늘어 3분기 영업이익이 132.9%나 급증한 2006억 원으로 불었다. 삼성증권도 IB 부문 선전에 힘입어 지난해 동기 대비 28.9% 늘어난 201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KB증권은 개인·법인 등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며 36.3% 증가한 1512억 원의 영업이익을 찍었다.
6~10위 증권사도 상당수가 불황 속에서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개인 투자자 이용 비율이 높은 키움증권(039490)은 지난해 3분기보다 51.7% 늘어난 271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한투자증권은 위탁매매 수수료 증가에 따라 87.4% 증가한 9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신증권(003540)도 3분기 영업이익이 76.5% 늘어난 421억 원을 나타냈다.
투자 전문가들은 3분기 증권사들이 다른 업종에 비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고금리 국면에서 총력 대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다만 증시 주변 상황이 악화한 4분기에는 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당장 키움증권만 하더라도 최근 영풍제지발(發) 4000억 원대 미수채권 발생으로 4분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은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예상보다 양호했다” 면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등 부담 요인이 여전해 4분기 실적 전망치는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메리츠투자증권은 오는 13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 업계가 제시한 메리츠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529억 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를 재개한 데다 IB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어 실적이 예상보다 괜찮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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