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와 민간의 입주 물량 추정치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내년에는 1만 4000가구 차이지만 내후년에는 3만 1000가구 이상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R114는 민간 분양 위주로 입주 물량을 집계하는 대신 시는 공공 주택, 역세권청년주택, 각종 주택 인허가 예상치를 반영한 입주물량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입주 물량 해석에 주의가 요구된다.
14일 서울시는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총 2만 5124호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시는 입주물량을 재건축·재개발·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포함한 정비사업과 청년안심주택, 공공주택 그리고 이밖에 구청 인허가를 통해 집계되는 것을 포함한 비(非)정비사업으로 구분해 매년 2월과 8월 공개하고 있다. 최근 사업장 상황변화를 반영해 재산정‧공개했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내년 정비사업에서 8572호, 비 정비사업에서 1만6552호가 공급된다. 이는 부동산R114에서 집계한 입주 물량의 두 배를 넘는 숫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내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 921가구에 그친다.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부동산R114의 경우 민간 분양 단지 위주로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라 입주량을 집계하는 반면 서울시는 관리하고 있는 정비사업에서 예상되는 입주 물량에 공공주택, 청년안심주택(구 역세권청년주택) 그리고 건축 인허가 예상치를 더해서 계산하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청년안심주택 7935호, 공공주택 2617호, 이 밖의 건축 인허가에 따른 입주 물량 6000호가 포함된다.
이를 놓고 주택업계에서는 시가 발표한 입주 물량은 전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물량이 대거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청년안심주택의 경우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공급하는 물량이다. 전세시장의 주요 참여자가 2~3인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다. 주거면적이 상대적으로 큰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공급되는 만큼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효과가 있지만 내년에는 해당 물량은 없다.
또 건축 인허가를 통해 입주 물량을 예측한 것에 대해서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은 사업장별로 시가 하나하나 관리를 하고 있지만 리모델링 사업이나 공공택지지구 내 민간 분양과 같이 물량이 적은 것들은 중점 사업으로 관리하지 않고 일반건축인허가를 통해 들어서는 물량으로 함께 집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축허가를 통해 내년에 6000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018년부터 5년간 건축허가를 통해 입주한 물량의 60%를 잡은 것”이라며 “최근 시장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60%로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가 입주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경제 취재 결과 내년 4월 입주를 앞둔 남구로역동일센타시아(162가구)는 이날 시가 발표한 내년도 입주 예정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집계 방식의 차이와 관계없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990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입주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며 내년 전세 시장 불안에 따른 전셋값이 자극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 4만~6만 가구대를 유지하다 2021년부터 4년 연속 4만 가구 밑을 맴돌았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서울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이 저조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2025년에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 2032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예정되어 있어 입주 물량이 다시 늘어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25년 아파트 공급 예정 물량을 6만3591호로 집계했다. 정비사업 4만6302호와 비 정비사업 1만7289호를 포함한 수치다. 부동산R114에서는 3만2073호로 집계하며 2025년 추정치도 2배가량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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