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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예금자 알아야 은행 파산 막는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유튜브는 끊기가 어렵다. 영상을 하나 보고 나면 꼭 보고 싶은 영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어찌 그리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유튜브”라는 우스갯소리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실제 유튜브는 검색 기록, 재생 목록 등 이용자의 정보를 세밀하게 분석해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 맞춤형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사용자를 잘 알아서 유튜브가 성공했다면 사용자를 몰라서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 바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다. SVB는 1983년 설립된 벤처기업 특화 은행으로 올해 3월 10일 하루 만에 예금의 4분의 1이 인출되면서 이를 버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SVB의 실패 원인으로는 단기로 조달한 자금의 장기 상품 투자 등 자산·부채 미스매치가 지목되고는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SVB 예금 구조의 취약성에 그 원인이 있다.

SVB는 주로 벤처기업으로부터 예금을 조달했는데 팬데믹 기간 이어진 저금리로 벤처기업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SVB의 예금도 단기간 내 급증했다. 그러나 2022년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기업의 투자금은 고갈됐고 기업들은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예금 인출에 대응하고자 SVB는 손실을 감수하면서 국채 등 장기 투자 자산을 매각했지만 손실 규모를 염려한 예금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SVB 예금 중 95%가 예금 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이었기 때문이다. 특정 산업군을 중심으로 단기간 내 급증한 거액 예금이라는 불안정한 예금 구성은 결국 긴축이라는 충격을 버티지 못했다. SVB는 이러한 고객 특성을 간과한 나머지 손써볼 시간도 없이 파산에 이른 것이다.



SVB의 교훈을 통해 예금보험공사는 뱅크런 방지 및 예금자 보호를 위해 새로운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첫째, 실시간 예수금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간 예보는 보험사고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일·월·분기 단위로 예수금 정보를 수집했으나 모바일뱅킹의 확산으로 예금 인출 속도가 빨라진 상황에 대응하고자 유관 기관 합동으로 실시간 예수금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추진해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둘째, 예금자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으로 하반기부터 다양한 각도에서의 예금자 관련 통계를 수집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된 통계는 금융제도의 안정성에 커다란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은행은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나 범죄자금 색출을 위해 고객의 신원을 확인(KYC·Know Your Customer)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은행 자신의 생존을 위해 예금자의 특성까지 파악해야 하는 때가 됐다. 바야흐로 ‘KYC’를 넘어선 ‘KYD(Know Your Depositor)’의 시대가 다가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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