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와 가격 조정 등에 힘입어 올 상반기 일본 제조업 기업들의 순이익이 비제조업을 15년 만에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국의 경기 감속 등 불안 요인이 여전한 만큼 제조업의 증익(增益) 기조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24년 3월 회계(2023년 4월~2024년 3월) 상장사 1074개의 상반기(4~9월)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증가한 23조2077억엔을 기록해 3년 연속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중 제조업 기업들의 순익은 11조6425억엔으로 12% 신장했으며 비제조업은 8% 증가한 11조5652억엔으로 집계됐다. 제조업이 비제조업 순익을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제조업의 순익 확대는 엔저 수혜 및 공급망 개선에 힘입은 자동차 업종이 이끌었다. 최고 이익을 기록한 도요타자동차는 환율로만 2600억엔의 증익 효과를 냈다. 여기에 판매 증가와 가격 인상 등 영업 환경의 개선으로도 1조2900억엔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부품 업종의 순이익은 약 4조2000억엔으로 제조업 전체 순익의 40%가량을 차지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건설기계 기업인 코마츠, 식품업체인 모리나가 제과, 일본 시멘트 업계 1위 태평양 시멘트 등도 원자재 인상분을 반영한 가격 개정(인상)으로 실적이 신장했다.
비제조업 부문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소프트뱅크의 적자 확대가 반영되며 전체 순익이 줄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파산 보호를 신청한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에 대한 손실 반영 및 엔화 약세에 따른 달러화 차입 상환 부담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 1조4087억엔(약 12조2355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의 경기 둔화 및 원자재 가격 급등 가능성 등 불안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상반기 제조업 부문의 이익 증가가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국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 위축의 여파로 가전·IT 기업인 오므론은 큰 폭의 이익 감소가 전망된다. 석유화학 부문도 아시아 전역의 수급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제조업 기업들은 엔저 효과 제거 시 순익이 하락하는 상황이다. 내년은 미국의 금리 기조 및 일본은행(BOJ)의 통화 정책이 맞물려 엔저 향방을 더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아이자와증권사의 미쓰이 이쿠오 펀드매니저는 “비용 구조를 재검토하는 등 실질적인 ‘돈 버는 힘’을 높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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