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만시에 (한국형) 스마트도시를 건설하게 된다면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뛰어난) 기술 수준을 뽐낼 수 있지 않을까요.”
10일 대전시 대덕구 수자원공사 본부에서 만난 이리나 플레트노바 우만시장은 “한국이 (도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술을 적용하고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5박6일 일정으로 방한한 우크라이나 재건단 일행과 함께 반나절간 물관리종합상황실·유역수도종합상황실 등을 차례로 둘러봤다. 물관리종합상황실은 폐쇄회로(CC)TV, 위성데이터 등을 반영한 실시간 홍수 대응 시스템을 통해 댐·보 등 전국의 56개 수자원 시설을 24시간 연중무휴 총괄 모니터링하는 국가 물 관리 컨트롤타워다.
플레트노바 시장이 “이런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자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은 “2021년 첫선을 보인 후 매년 단계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많은 나라에서 디지털 홍수 경보 시스템을 설치해 달라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중부 체르카시주에 위치한 인구 8만 3000여 명의 중소 도시인 우만시는 키이우·오데사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가 깔린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연간 방문객이 200만 명, 이 중 10만 명은 해외 관광객일 만큼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통한다. ‘친환경 스마트도시를 조성하고 싶다’는 우만시 요청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국토교통부·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함께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이다. 이르면 다음 달 우크라이나에 현지 실사를 다녀온 뒤 내년 4월까지 사업성 검토 등을 마무리하게 된다.
‘제2의 마셜 플랜(유럽 경제 부흥 계획)’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우리 정부와 기업은 ‘원팀’이 돼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총비용이 75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재건사업이 전후 재도약의 발판임을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우만시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키이우 교통 마스터플랜 △보리스필공항 현대화 △부차시 하수 처리 시설 재건 지원 △카호우카댐 재건 지원 △키이우~폴란드 철도 노선 고속화 등 6대 선도 프로젝트를 중점 추진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수자원공사도 이에 발맞춰 우만시를 비롯해 르비우주 트루스카베츠·호로독시, 키이우주 부차시 재건을 위한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부차시에 들어설 총면적 34.33㎢ 규모의 산업단지(부차테크노가든) 개발 논의도 그 일환이다. 부차시는 한때 러시아에 빼앗겼다 우크라이나가 되찾은 인구 7만 5000명 규모의 소도시. 전쟁 이전부터 노후화 탓에 정수된 물의 80% 이상이 수질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등 취수·정수 시설 현대화 필요성이 큰 곳이기도 하다. 윤 사장은 9월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시장과 상하수도 복구와 산업단지 개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폴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향후 재건사업의 물류 기지로 성장할 잠재력이 풍부한 르비우주의 트루스카베츠·호로독시에서 수자원공사는 우리 기업인들과 산업단지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자원공사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를 위한 재원 조달 방안도 마련해놨다.
전문가들은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과 같은 한국 특유의 장점을 어필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양구 경상국립대 교수(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각국의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민관학이 ‘원팀’이 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정부와 공공의 마중물 투자 규모 확대나 전쟁 보험 도입을 검토해봄 직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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