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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약 댈구' 올리자 9분만에 연락…미성년자라 밝혀도 "OK"

[마약과 전쟁 500일] <중>청소년까지 스며든 마약

계정에 메뉴판식 종류·가격 게시…직거래 가능 응답도

10대 마약사범, 올 9월까지 988명…작년보다 2배 ↑

15~18세가 가장 취약…1년새 마약사범 3배나 늘어

집중력 향상·다이어트 잘못된 홍보에 SNS 거래 급증

청소년 4~5명 돈모아 공동구매…‘암수범죄’ 위험성도

22일 X(옛 트위터) 메신저를 통해 서울경제신문과 대화한 한 대리구매업자.장형임기자




“미자(미성년자)인데 ㄴㅂㅇ 댈구(나비약 대리 구매) 구합니다. 연락주세요.”

반응은 의외로 빨랐다. 기자가 최근 X(옛 트위터) 계정에 ‘디에타민(나비약) 대리 구매’ 게시물을 올리자 단 9분 만에 연락이 왔다. 대리 구매 거래 때 흔히 검색하는 해시태그(# ㄴㅂㅇ 대리구매·# ㄴㅂㅇ)를 여럿 달아두자 이를 보고 게시물을 찾아낸 듯 보였다.

판매자는 미성년자라는 단어에 오히려 당연한 듯 ‘대리 구매’를 언급했다. 성년이 지나지 않아 처방 등이 어려우니 대리로 사야 한다는 뜻이었다. 특히 본인 계정 최상단에 미성년자에게 처방이나 판매가 금지된 각종 주류·담배는 물론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록스(수면제)·디에타민(식욕 억제제) 등을 정리해뒀다. ‘몇 정 기준 ○○만 원’으로 마치 식당 메뉴판 같았다. 별도 수고비 2000원도 붙였다. 아래에는 앞서 구매자들의 ‘구매 후기’가 담긴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을 줄줄이 올려놓았다.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전달 받은 담배·약 등의 인증 사진과 함께 ‘하루 만에 택배 받았네요. 또 구매할게요’ ‘오늘도 직거래 감사합니다. 필요할 때 또 연락 드릴게요’ 등 재차 구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기자가 구매에 대해 머뭇거리자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단속을 의식한 듯 기자의 계정을 즉시 차단했다. 하지만 본인 계정으로는 여전히 대리 구매를 권하는 등 ‘호객 행위(?)’가 한창이었다.

24일 텔레그램을 통해 서울경제신문과 대화한 한 디에타민 판매업자.장형임기자


24일 텔레그램을 통해 서울경제신문과 대화한 한 디에타민 판매업자.장형임기자


텔레그램으로 대화한 또 다른 판매자는 한층 적극적이었다. 그는 “본인은 (살을) 충분히 뺐다”며 “직거래는 물론 택배 거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불법이다 보니 계좌 거래가 불안하다’고 하자 ‘□□’에서 직거래가 가능하다며 지역도 거론했다. 실제 판매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포장된 약과 처방 일시 등 인증 사진까지 올렸다.

X 내에서는 이미 디에타민 등 처방 없이는 구할 수 없는 향정신성의약품 대리 구매가 만연한 듯했다. 기자가 올린 게시물 외에도 이들 향정신성의약품을 구하는 다른 계정에 접근해 ‘좋아요’를 누르거나 게시물에 답글을 달아 ‘연락을 달라’며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는 등 판매 의사를 표시한 이들도 여럿이었다.



‘돈만 벌면 된다’는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과 마약류 복용의 위법성이나 부작용의 위험을 정확히 모르는 청소년들의 어긋난 호기심이 맞물리면서 10대 마약사범이 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대검찰청이 공개한 ‘9월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10대 마약사범은 올 들어 단 9개월 만에 988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481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올해 10대 마약사범이 1000명 선을 훌쩍 넘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10대 마약사범 가운데 가장 취약한 것은 15~18세였다. 15~18세 마약사범은 2016년만 해도 5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101명) 처음으로 100명 선을 넘어선 뒤 2021년에는 273명을 기록하는 등 두 배 넘게 늘었다. 특히 올 들어 9월까지 655명으로 크게 급증하면서 지난해(291명)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15세 미만 마약사범도 2016년에서 2021년 사이 없거나 2~6명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41명, 올해는 68명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10대 마약사범의 급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비대면 판매 △돈벌이에 치중하는 잘못된 성인 의식 △청소년의 어긋난 호기심 등이 맞물리면서 생긴 결과로 보고 있다. 얼굴을 보지 않는 매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10대까지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 성분이 포함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나 다이어트 약 등이 의사 처방 없이 불법으로 온라인에서 판매된 지 오래라는 게 수사 당국의 설명이다.



이들 향정신성의약품이 인터넷상에서는 ‘집중력을 높여준다’거나 ‘살을 빼는 데 효과적’이라는 달콤한 말로 포장돼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청소년들이 돈을 모아 SNS상에서 필로폰 등을 공동구매해 나누는 이른바 ‘나쁜 나눔’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인터넷 마약사범은 3049명으로 지난해(2247명)를 훌쩍 넘어섰다. 2021년 1859명에 이어 2022년 2000명 선을 돌파했다. 올해는 3000명을 웃도는 등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안지성 법무법인 법승 마약 사건 전문 변호사는 “정신과 약의 경우 문진으로 진단해 10대 청소년들이 복통 등을 호소할 때는 의사들도 처방할 수밖에 없다”며 “고등학생 등 10대들이 돈이 없다 보니 4~5명이 20만 원이나 30만 원을 모아서 SNS상에서 ADHD 약이나 필로폰 등을 처방받거나 SNS에서 구매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분이 학생이라 경찰 등이 수사에 조심스럽기 때문에 실제 마약을 하는 10대와 검거되는 비율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드러나는 10대 마약 범죄가 실제 수치가 아닌 ‘암수 범죄’가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대검찰청이 돈을 벌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마약류를 공급한 피고인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하는 등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한 배경이기도 하다.

법무부와 교육부·외교부·보건복지부 등은 이달 22일 정부 합동 브리핑을 열고 마약류 밀수·매매 공급 사범은 초범이라도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는 등 종합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대책에는 마약류를 단순 투약하거나 소지한 초범도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기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이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마약류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상향 등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현 마약류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에서는 최고형을 징역 14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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