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표는 국립오페라단이 세계 10대 오페라단이 되는 겁니다. 지금도 활용할 수 있는 성악가들의 수준은 세계적이에요. 전용극장을 만들고 구성원들을 제대로 갖춘 후에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세계 정상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한 국가를 방문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문화 예술 공연을 관람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오페라 공연은 대표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지난 2월 취임한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61)이 국립오페라단의 미래를 새롭게 꿈꾸는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나눈 최 단장은 지난 1년 여간의 임기를 돌아보면서 “국립오페라단이 더 젊어지고 희망을 주는 이미지가 되기를 바랐다”면서 “더불어 젊은 성악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최근 역점을 둔 사업으로 ‘솔리스트(전속 가수) 제도’ 도입을 들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오더 극장, 카셀 국립극장 등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한 후 23년 간 한예종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였기에 젊은 성악가들의 고충을 익히 알 수 있었다. 최 단장은 “성악가들에게 개런티는 두 번째 문제이고 노래할 수 있는 무대가 중요하다”면서 “국제적인 기준에 맞출 의무도 있었다. 해외 극장장이나 연출과 이야기를 나누면 먼저 국립오페라단의 솔리스트 수를 물어올 정도로 중요한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솔리스트 제도는 매년 새로운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면서 국립오페라단에 신선함을 선사한다는 설명이다. 배역을 뽑기 위해 수많은 오디션을 거치지 않고서도 숙련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지난 7월 선발이 마무리된 신입 솔리스트들은 14명이다. 나이는 25~40세 사이로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10개월 간 솔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국립오페라단의 정기·지역 공연에 참여할 예정이다. 최 단장은 “임기 내 솔리스트 수를 30명 정도까지 확대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해외 오페라단과의 협업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올 여름 그는 독일의 유명 오페라극장 ‘도이치 오퍼 베를린’이 운영하는 오페라 스튜디오를 찾았다. 젊은 성악가를 양성하는 현지 시스템을 둘러보고 좋은 점을 따라 배우기 위해서다. 최 단장은 “앞으로 국립오페라단과 도이치 오퍼 베를린의 젊은 성악가들을 교환하는 사업도 시작하려 한다”고 전했다.
국립오페라단은 내년 6월 파리올림픽 개최 기념 해외 순방 공연을 개최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과 국립오페라단이 손을 모아 프랑스 파리·독일 베를린·오스트리아 빈에서 작곡가 이영조의 창작오페라 ‘처용’을 무대에 올린다.
오는 3일까지 국립오페라단은 올해의 마지막 정기공연으로 오페라 ‘나부코’를 국립극장에서 선보인다. 내년 국립오페라단의 정기공연은 최 단장의 의지를 담아 다양한 매력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베르디의 오페라만으로 이뤄졌던 올해 정기공연과 달리, 내년에는 로시니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벤저민 브리튼 ‘한여름 밤의 꿈’,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바그너 ‘탄호이저’, 푸치니 ‘서부의 아가씨’ 등 국적·시대를 불문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최 단장은 “관객들이 다양한 언어와 시대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랐다”면서 “특히 ‘탄호이저’는 국립오페라단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같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높은 수준의 곡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이던 1980년대 시절, 국립오페라단 공연을 보러 남산에 오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던 최 단장은 국립오페라단이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립오페라단이 오롯하게 무대 제작과 연습에 집중할 수 있는 전용극장의 설립을 희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아시아 한·중·일이 교류할 수 있는 국제 오페라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렇게 명실상부한 대표 오페라단으로 나아가면 세계로 나간 성악가들도 마음껏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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