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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외개방 의지, 말 아닌 행동으로 보여라 [김광수특파원의 中心잡기]

中 "외국자본 유치 사활" 말·행동 달라

반간첩법 등 여파 외국계 '탈중국' 나서

문호 열어 무역 중심지 된 광저우처럼

두려움 떨치고 과감한 개혁개방 나서야


광저우가 중국을 대표하는 대외 개방의 창구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0여 년 전이다. 17세기 무렵 항해술의 발달에 힘입어 서구 세력은 중국 본토까지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명나라 때부터 해금(海禁, 해상 교통·무역 제한) 정책을 이어온 중국은 청나라 강희제가 1685년 동남 연해 4곳(광저우·샤먼·닝보·상하이)에 세관을 설치하고 서양 상선이 입항해 무역을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 중 광저우에는 중국 역사상 최초의 공식 무역 단체로 불리는 ‘십삼행(十三行)’이 운영됐다. 청나라 정부는 해상무역의 중심지인 광저우에 1757년부터 1842년까지 십삼행을 통해서만 외국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유일하게 대외무역이 가능했던 십삼행은 요즘 말로 하면 일종의 ‘무역 특구’였다. 아편전쟁을 거치며 청나라가 서방국가에 문호를 개방하기까지 십삼행은 중국 무역 개방의 토대를 다지는 역할을 했고 상당수는 지금까지 이어져 발전해오고 있다.

덕분에 광저우는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에 나설 때부터 중국을 대표하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2006년 광저우를 방문해 경제 개방 의사를 피력했을 정도다. 지금은 주장삼각주의 중심이자 웨강아오 대만구(광둥성·홍콩·마카오 경제권)의 핵심 지역으로 손꼽히며 중국의 경제를 이끌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4월 광저우를 찾아 개혁 개방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다. 당시 시 주석은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깜짝 방문해 외국 기업 투자 유치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시 주석은 물론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기회만 있으면 투자 유치에 나서곤 했다. 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개막한 제6회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석한 리 총리는 시 주석의 축사를 대신 전하며 “시장 개방을 더욱 확대하려는 중국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 당국의 행보는 해외투자를 강조하는 온갖 화려한 말과는 괴리가 컸다. 중국은 지난해 반간첩법을 강화했다.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들은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였다.

중국 당국은 경제안보를 내걸면서 외국계 기업 단속을 강화했다. 일본 무역 업체에서 희토류 등 희귀금속을 담당하던 직원이 체포되고 일본 제약사 현지법인의 일본인 간부가 체포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에서 스포츠용품 관련 사업을 하는 한국인 사업가가 체포돼 몇 달째 풀려나지 못한 채 수사를 받고 있어 우리 교민들이 공포에 사로잡혔다.

중국 정부가 외국자본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외려 지난해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중국 상무부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자평했지만 상당수 외국 기업은 이미 ‘탈중국’ 행렬에 올라타고 있다는 얘기다.



연초부터 중국 당국은 개방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리 총리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해 “중국 시장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이 아닌 기회”라며 “세계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대외 개방이라는 기본 국가정책을 견지하고 개방의 문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는 올해 내수 위축, 부동산 장기 침체 등으로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투자 유치를 통해 위기를 넘어서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백 마디 말보다는 확실한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지난해 관광객 수가 급감하자 비자 면제 국가를 확대하거나 발급 요건을 완화한 것처럼 말이다. ‘외부 세력의 진입’이라는 두려움을 떨치고 대외 개방이라는 과감한 모험을 감수했던 십삼행의 교훈을 행동으로 옮겨야 시 주석이 연일 강조하고 있는 ‘중국 경제 광명론(光明論)’ 역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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