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 다보스의 화두는 ‘미국 대선’

파리드 자카리아

'나토 가입' 스웨덴·핀란드 등 우방

트럼프 승리후 美 태도 변화 우려

새 행정부, '안보 우산' 마다한다면

중·러 위협 맞닥뜨릴 가능성 커져


올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가장 핫한 화두는 단연 미국의 대통령 선거였다.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지만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선거는 단 하나, 미국의 대통령 선거뿐”이라고 말했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미국인들은 상원의 정당정치라든지 새로 선출된 주지사의 예상되는 행보 등을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외국인 참석자들을 지루하게 만들기 일쑤다. 그러나 이번 다보스포럼의 분위기는 달랐다. 미국인 참석자들은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정치 드라마에 신물을 냈고 외국인들은 11월 대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놓고 극도의 조바심을 보였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긴박한 시기에 치러진다. 지난 수십 년간 충실히 제 몫을 해냈던 ‘룰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곳곳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유럽의 집단 안보 시스템은 2차 세계대전 이래 유럽 대륙에서 발발한 최대 규모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중동의 상황도 심각하다.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와 후티스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세력이 중동 지역에 구축된 힘의 균형을 깨뜨리려 든다. 아시아 역시 급부상한 중국이 이 지역의 장기적인 안정과 질서에 위협을 가하고 있고 북한도 호전적인 수사의 강도를 높여가며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기존의 국제질서를 지키려는 미국의 의지를 시험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과 아시아, 중동의 우방들을 결속해 위협을 차단하고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많은 우방국들은 11월 대선을 거치면서 미국의 태도에 극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생각해보라. 만일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하고 자신이 했던 말을 실천에 옮긴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워싱턴의 충실한 동반자로 나선 우방국들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빌트 전 총리는 필자에게 “스웨덴과 핀란드의 입장을 생각해보라”며 “스웨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고 그로 인해 러시아와 대립 관계에 놓이게 됐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미국의 나토 탈퇴를 결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우리는 위험에 노출된 채 생존을 위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지난 70년간 유지해온 중립국의 위치를 과감히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830마일의 국경을 공유한 핀란드는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의 공격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에 직면했다.



몇 주전 호주를 방문했을 때도 필자는 비슷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호주의 관리들과 정책 분석 전문가들은 표면적으로는 미국과의 안보 동맹 강화를 반겼다. 미국이 그동안 영국에만 제공했던 핵잠수함 건조 기술을 공유할 정도로 호주를 신뢰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수면 위로 드러난 긍정적 반응 밑에는 불안감이 퍼져 있다. 미국과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한 호주의 단호한 결정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격분시켰다. 호주의 일부 전략가들은 이 같은 외교적 중심축 이동에 불안감을 드러낸다.

호주의 국제 문제 싱크탱크인 로위인스티튜트의 샘 로제빈 연구원은 최근 펴낸 저서에서 사회 저변의 불안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는 미국이 앞으로 수십 년간 변함없이 호주의 뒤를 받쳐줄 것이라고 믿은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주장한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미국인들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더 이상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을 것이고 이에 따라 대외 방위 지원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호주는 미국의 안보 우산이 사라진 상황에서 잔뜩 성이 난 중국과 마주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워싱턴은 오직 미국만이 세계 주요 지역의 안정을 떠받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 같은 인식에 바탕해 초당파적으로 방대한 안보 정책을 채택하고 유지해왔다. 실제로 미국의 글로벌한 역할은 역사가들이 말하는 ‘오랜 평화’와 ‘열린 경제’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새 행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미국이 수행해온 광범위한 역할을 마다할 경우 세계 중요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기면서 우방국들은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되고, 사기가 오른 적대국들은 공격의 빈도와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려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외국인 참석자들이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예비경선을 지켜보며 불안해 하는 이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