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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다시보기]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텍스트에 빛을 비추다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시민 사회의 확장과 인쇄 기술의 발전은 출판 문화의 급속한 성장을 가져왔다. 이러한 현상은 신문과 잡지, 그리고 문학 작품 속에 실린 삽화(Illustration) 이미지의 제작 방식에도 지대한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귀스타브 도레는 출판 산업의 활성화로 시각 이미지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급증하던 프랑스 제2제정 시기(1852~1870)에 활동한 삽화가이다. 그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며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 그런 이유에서 그가 창안해낸 이미지들은 매우 독특하고 새로웠다. 신문과 풍자 잡지, 그리고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의 삽화들은 극적인 화면 구성과 자유로운 표현 방식을 주된 특징으로 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1863년 출간된 ‘돈키호테’ 속의 삽화들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도레는 이 작품에서 광기와 환상에 사로잡힌 고독한 기사의 모습을 독창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묘사해냈다. 삽화의 중앙에 위치한 돈키호테는 한 손에 칼을, 다른 손에는 책을 들고 무언가를 외치고 있다. 밝은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의자에 앉은 그는 기묘한 차림의 인물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으며 이들은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뒷공간으로부터 튀어나와 화면 전면을 향해 돌진하는 역동적인 형상을 취하고 있다. 소설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삽화는 자신이 만든 상상의 세계의 노예가 된 주인공이 펼쳐나갈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간결하면서도 예리하게 예고해준다. 도레의 삽화가 지닌 장점은 독자들에게 소설 속 이야기를 마치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 생생하게 전달해준다는 점이다.



본래 삽화는 텍스트를 시각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도레는 자신의 주관적 느낌과 상상력을 가미해 문학 작품의 내용을 과감하게 재해석했고 때로는 작가가 글로 표현하지 않은 장면과 인물의 특성들을 찾아내 이를 자유롭게 형상화했다. 삽화가로서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조형적 가치를 지닌 삽화들로 구성된 책, 그래서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책을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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