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리며 시대를 풍미한 명배우 남궁원(본명 홍경일)이 5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후 4시께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유족 측은 그가 수년 전부터 폐암 투병을 하며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인은 한양대 화학공학과 재학 시절 연극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통해 연기에 입문했다. 1959년 영화 ‘그 밤이 다시 오면’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자매의 화원’에서 첫 주연을 맡게 된다. 이후 1999년 ‘애’에 이르기까지 총 345편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계를 지켜왔다. 신상옥 감독과 함께 활동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처음에는 외모로 주목받았으나 1960년대에 들어서는 연기력도 인정받게 된다.
영화뿐 아니라 연극에서도 큰 획을 그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부활’ ‘닥터 지바고’ 등의 무대에 올랐다. 다양한 TV 광고에도 출연했다. 노년에는 신영균, 윤정희·백건우 부부와 교분을 나눴다.
주요 작품으로는 ‘자매의 화원’ ‘빨간 마후라’ ‘내시’ ‘화녀’ ‘아이 러브 마마’ ‘피막’ ‘가슴 달린 남자’ 등이 있다. 1973년 제12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다정다한’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1981년 제20회 대종상영화제에서 ‘피막’으로 또다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73년에는 ‘충녀’로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부일영화상·청룡영화상 등에서 수상했다. 2016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양춘자 씨,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아들 홍정욱 씨와 두 딸이 있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8일 오전 9시 30분, 장지는 경기 포천시 광릉추모공원이다.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