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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놓고 전운감도는 정부·의료계…"증원 강행땐 응급실 떠날 것" vs "의사 집단행동, 명분 없다"

■ '의대 정원 확대' 전운 고조

대전협, 임시총회 열고 대응 논의

의협 15일 전국서 궐기대회 예고

응급의학의사회도 비대위 구성

정부는 집단행동에 강경대응 방침

"돌이킬수 없어" 대승적 협력 요청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제공=복지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사 단체들이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1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한 시민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포스터를 보고 있다. 성형주 기자


19년 만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의사 단체들이 설 연휴 이후 본격적인 집단행동을 예고한 데 대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9일에는 의협의 투쟁을 이끌 비대위원장으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선출했다.

의협은 설 연휴가 끝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에 들어간다. 15일 의협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가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여는 데 이어 17일 서울에서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이날 오후 9시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집단행동 여부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전협은 이달 5일 수련병원 140여 곳의 전공의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시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느냐’를 설문한 결과 88.2%가 참여 의사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전공의는 대학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어서 이들이 실제로 파업에 참여할 경우 의료 현장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도 자체 설문 조사를 통해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고 의견을 모은 상태다. 여기에 전 의협 회장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이 의료 현장의 혼란만 불어올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고, 문제는 그 재앙적 결과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라며 이번 의대 증원이 2000년 의약분업 당시의 비극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알리며 “더 이상 의사들을 범죄자 소탕하듯이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려 하지 말라”며 “더 이상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응급 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수(가운데) 보건복지부 2차관이 11일 오전 10시에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의료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복지부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일찌감치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발표 당일인 이달 6일 전국 시도 의사회장을 상대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발송했다. 진료 거부와 휴진 등 집단행동을 하거나 이를 조장·교사할 경우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행정처분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이튿날인 7일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도 명령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막기 위한 대응책이다. 경찰은 업무 개시 명령 위반 등 불법 집단행동 주도 단체와 인사를 시도 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하고 수사를 위한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체포 영장을 발부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여당 “의대 증원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 이르러"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의사들의 단체행동 추진에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의사 단체행동에는 명분이 없다”며 “의대 증원도 돌이킬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대 증원은 오래 전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정책 타이밍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번번이 놓쳤다”며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수술할 전문의가 없어 소위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고 전공의가 급감해 ‘소아과 오픈런’ 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 국내 최대 대학 병원에서 간호사가 뇌수술을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 후 결국 사망했다”며 의료 시스템과 관련한 여러 문제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대 증원은 정권 차원을 떠나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사안” 이라며 “의사들도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0년간 변호사는 10배 늘었지만 의사 수는 3배 늘어났다” 며 “소득이 증가할 수록 전문직 숫자는 증가하기 마련인데 의사 수는 필요한 만큼 늘어나지 못했다.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약분업으로 2006년부터 오히려 의대 정원은 350명이 줄었다”며 “18년 동안 그대로 놔둬도 6500명이 늘어날 정원이 오히려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꺼번에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나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00명을 지금부터 늘려나가도 부족하다는 게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정부는 오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의협이 또 파업으로 응수한다면 ‘밥그릇 지키기’,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투쟁’ 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며 “국민의 고통을 먼저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정 대변인은 “그동안 의사 단체는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마다 파업을 무기로 반대해 왔고, 이는 현재 의사 부족과 필수·지역의료 공백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 지난 1년간 27차례에 걸쳐 논의했으며, 의료계의 요구 사항을 정책 패키지에 담는 등 무수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의료 개혁 완성과 국민 건강과 생명권 보장을 위한 의사 단체의 대승적 협력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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