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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칩 비하인드]인텔이 AI 반도체서 고전하는 이유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AP등 새 시장 기회 놓친 인텔처럼

韓도 메모리만 집중땐 위기 직면

AI시대 맞는 반도체 경쟁력 갖춰야

사진 설명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는 시가총액이 2430조 원이 넘는 압도적인 반도체 1위 기업이다. 2020년 초 시가총액이 170조 원 정도였던 기업이 약 14배 성장했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 최고 기업은 인텔이었고 시가총액이 엔비디아의 두 배인 330조 원에 달했다.

정보기술(IT) 분야는 조금만 방심해도 순식간에 따라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원할 것 같은 인텔이 AMD에 따라잡힌 것은 1999년이었다. AMD는 동작 속도 1㎓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인텔보다 먼저 개발했다. 이후로도 인텔이 실수를 반복하면서 AMD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해 2006년 인텔과 거의 비슷해졌다. 이에 긴장한 인텔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다시 시장점유율을 만회하고 2016년 80% 정도까지 차지해 AMD를 압도한다. 2010년대 후반이 되면서 다시 인텔이 AMD에 시장을 내주면서 현재까지 두 회사는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CPU 시장에서 인텔과 AMD의 경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인텔이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텔의 시가총액은 약 250조 원으로 4년 전 대비 30% 정도 줄었고 전망도 밝지 않다.



인텔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CPU 외에 새로운 반도체 산업에 참여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인텔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용 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PC용 CPU는 고성능이 중요한 반면 스마트폰용 AP는 저전력이 중요한데 인텔이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 경쟁에서 실패한 것이다. 최근 성장하는 AI 산업은 인텔에 또 한번 좌절을 주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은 이미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으며 한발 늦게 출발한 인텔이 따라잡기는 힘겨워 보인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니다. 최근에는 메모리 반도체도 마이크론과 같은 해외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줄었다. 따라서 우리가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더욱 집중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에만 집중하면 우리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인텔과 유사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인텔의 어려움은 CPU 시장의 기술이 따라잡혔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진입에 실패했기 때문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가 되면서 반도체 산업이 전통적인 CPU 중심에서 AI 반도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반도체는 CPU와 메모리가 분리되는데 이는 인간의 두뇌 구조와는 다르다. 인간의 두뇌는 생각과 기억을 함께하기 때문에 이를 모방하는 AI 반도체도 생각하는 기능의 CPU와 저장하는 기능의 메모리 반도체가 함께 동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메모리가 전통적인 반도체보다 AI 반도체 산업에서 더 중요해졌으며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AI 시대 반도체 산업을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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