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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자금도 부족한데 주주환원?"…밸류업 성패, 기업 참여율이 가른다[선데이 머니카페]

하반기→5월 시행으로 대폭 앞당겨

증시 불안에 밸류업 조기 가동 특단

이사회 중심 수립 후 매년 1회 공시

시계열·산업평균 등 분석 방법 권고

달성 못 했을때 허위 공시 소송 우려

기업 동참 여부 미지수, 참여율 관건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성장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코스닥 상장기업 임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 제공=거래소




“주주 환원 정책을 열심히 하는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 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증시에서는 호재가 있어야 주가가 상승하는 건데, 주가를 올리기 위해 주주 환원 정책을 하라는 것은 너무 큰 부담입니다.”(A기업 재무담당자)

“기업 규모, 산업 특성에 따라 적절한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기업마다 여력이 모두 다른데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때 결국 대기업의 방식을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지적이 잇따를텐데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보입니다.”(B기업 IR담당자)

최근 한국거래소가 주관한 밸류업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처럼 말했습니다. 이들이 강조하고 싶은 말은 소수의 대기업 이외에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치만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압박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밸류업, 하반기→다음달 시행…기업들 참여 여부가 관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ESG 금융추진단 제4차 회의에 참석해 국내 ESG 공시기준 공개 초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위원회


다음달부터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에 대한 투자지표 공시가 시작됩니다. 당초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대폭 일정을 앞당긴 것입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총선 참패에 이어 고금리 기조 지속,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가 침체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밸류업 고삐를 바짝 죄는 차원에서 기업공시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실제 기업들이 얼마나 동참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단 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밸류업의 시행 시기를 앞당김과 동시에 최대한 많은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시장 대표 기업의 조기 참여를 위한 전략적 지원도 추진합니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시장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실시할 예정”이라며 “준비된 기업부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공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거래소가 마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 개요, 현황 진단, 목표 설정, 계획 수립, 이행 평가, 소통 등 총 6단계로 구성돼 있습니다. 거래소 측은 투자지표 공시에 대해서는 PBR,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자기자본비용(COE), 배당성향과 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지표 등을 지표로 설정했습니다. 지표 분석의 방식은 시계열 분석, 산업 평균 분석, 경쟁사 분석 등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 자금으로 주주환원 할 판…산업 특성 고려돼야”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동참하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기업들은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거래소 측에 지속적인 건의를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시가 총액 상위 기업들이 동참하는 과정에서 각종 목표 투자 지표를 공시하게 되면 이게 밸류업의 표준이 돼 다른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 당국과 거래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밸류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이런 지표 분석을 연 1회 공시하거나 홈페이지에 공표하면 됩니다. 거래소 측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이사회를 중심으로 수립·이행하도록 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사회 역할을 강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제성은 부과하지 않았지만 △자율성 △중장기적 관점 △각 기업에 적합한 계획을 밸류업의 기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사회 중심의 계획 수립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코스닥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회의 자료를 준비해야 하고 이러한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백 오피스’ 부분이 수준 높게 갖춰져야 한다”며 “코스닥 상장사들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밸류업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 경우 이를 위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컨설팅을 받는 기업도 생겨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재계 “목표 투자 지표 못 지키면 소송당해…불필요한 리스크 요인”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사진 제공=거래소


재계에서는 목표 투자 지표 등의 공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목표 PBR을 공시한 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과 투자자들로부터 피소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는 PBR 등 각종 투자 지표 대신에 성장 전략 등 정성적 지표를 공시해도 되고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위험 요소가 남아있는 것입니다.

밸류업 자문단은 최근 거래소에 기업들이 목표 PBR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피소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자문단이 이런 의견을 전달한 데는 기업이 PBR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투자자들이 이를 허위 공시로 판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데 따른 것입니다. 기업들로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면서 불필요한 소송 리스크를 져야 하는 점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밸류업이 실행됐을 때 예상보다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결코 쉽지 않아보입니다. 목표 투자 지표 공시에 부담을 느끼고 기업 성장 전략 등을 공유하는 방향이 될 수도 있는데요. 사실상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 IR을 강화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 지표를 공시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성장 전략이나 매출 등을 공시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들의 이런 점을 고려해 당국과 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 경영 관행·문화로 정착되도록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거래소는 공시 담당 임직원 교육을 위해 밸류업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중소기업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도 지원합니다. 6월부터는 공시 교육, 영문 번역 및 컨설팅 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며 9월까지 밸류업 지수 개발을 끝내 연말께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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