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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저성장 대책 시급한데…'토종 경제학자' 배출 급감

■서울대 경제학 석·박사 반토막

작년 29명뿐…4년새 52% 뚝

고대 거시경제 전공 석사는 '0명'

부족한 기반에 정책설계 쉽잖아

韓서 '경제학=현학적' 폄하 경향

행정 데이터 공유 등 유인책 절실


합계출산율 추락과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잠재 성장률 하락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거시경제 전공자들의 수는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보다는 교육과 건강, 사회복지 같은 응용 미시경제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인데 이대로라면 저성장을 탈피할 정책 대안을 충분히 내놓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통화정책의 핵심인 중립금리(물가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금리)조차 국내 학계에서는 제대로 전망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정부 안팎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근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경제학부 학위 취득생은 석사 15명, 박사 14명으로 총 29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석사 48명, 박사 13명 등 61명이었지만 4년 새 약 52% 급감했다. 특히 거시경제 전공자가 부족하다.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학과에 제출된 논문 40편 가운데 거시경제 논문은 6편에 그쳤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해 거시경제를 전공한 석사가 ‘0’명이었고 박사는 2명이었다. 2022년에는 석사만 3명이었고 박사는 제로였다. 2019년에는 각각 4명, 2명 등 총 6명이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거시 데이터보다는 응용 미시 데이터 연구를 통해 거시경제 측면의 함의를 찾는 논문이 많아지고 있다”며 “기존 거시 연구자들의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거시경제 분야 인력 감소가 핵심 분야에 대한 연구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홍기 한국경제학회장은 “한국에서 경제학은 이해하기 어렵고 현학적이라고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의 저성장 문제는 매우 심각하며 저성장의 원인과 대응책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경제 현상이 나타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학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 0.72 수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으며 현 수준의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인구 대체율이 2.1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공포의 수치”라면서 “저출생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인구문제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내수만 해도 마찬가지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효과적인 소비 진작 정책을 위해서는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목표 대상을 정할 근거가 되는 한계소비성향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며 “그런데 국내에는 한계소비성향을 제대로 살펴본 논문이 부족해 외국 논문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한계소비성향 모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게 없다”며 “내부적으로도 따로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통화정책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초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중립금리와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 등을 언급하며 사석에서 젊은 교수들에게 부탁을 해봤는데 국내 연구는 해외 학술지 게재가 쉽지 않아 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국내 경제에 관한 수준 높은 연구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한은의 박사 학위 소지자는 지난해 기준 212명이다.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구 인력 수는 5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박사 학위 소지자만 400명이 넘는다. 미국 역시 거시경제 연구 인력이 줄고는 있지만 인도를 포함한 해외의 우수 인력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가 대표적인 인도계다. 이재원 한은 경제연구원장은 “지역 연은의 경우 직원들이 근무시간의 절반은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나머지는 기관이 필요한 부분을 한다”면서 “경제연구원도 연구 자율성을 확보해주는 쪽으로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연구 기반을 넓히기 위해 우수 인력 유치와 다양한 행정 데이터 공유 같은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학회장은 “(거시경제 연구 기반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 간의 연계도 필요한데 개별 학자들이 이를 일일이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행정 데이터가 학자들의 연구에 제공된다면 많은 소장 학자들이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결과 학문적 수준이 높아지고 정책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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