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청렴도 세계 순위 5위인 싱가포르는 카지노 시설을 포함한 복합 리조트(IR·Integrated Resort)인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월드센토사를 개발해 자국 관광 산업을 유례 없는 성공 모델로 만들었다. 그동안 카지노가 없던 일본에서도 싱가포르 사례를 벤치마킹해 대규모 카지노 시설을 포함한 IR을 2030년 오사카에 오픈할 예정이다. 필리핀과 베트남 또한 IR 개발을 통한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인근 국가들의 IR 개발 전략에 한국은 계속 밀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도시를 배후로 한 인근 국가의 IR과 다소 다른 운영 형태이기는 하지만 국내에는 카지노와 스키장, 골프장, 콘도미니엄, 워터파크, 트레킹 시설 등 천혜의 자연 속에 다양한 시설을 갖춘 강원랜드가 있다. 강원랜드는 마리나베이샌즈나 오사카 IR처럼 내국인이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키·골프 등 다양한 목적형 고객이 찾고 있고 숙박 시설 및 워터월드 등을 갖춰 가족 관광객들도 방문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의 공공 부문 복합 리조트로 정부가 카지노 등 영업 전반을 관리한다. 우리나라는 인근 국가에 비해 사행 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이고 국가의 통제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강원랜드를 ‘한국형 복합 리조트(K-IR)’로 발전시켜 국가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인구 고령화로 지방 인구가 급속히 소멸하는 위기 속에서 지방 소도시를 배후로 한 한국형 IR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면 국가 인바운드 관광산업의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한 균형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주변국에서 복합 리조트를 서둘러 개발하는 배경에는 카지노 외에 테마파크·컨벤션·공연장·쇼핑센터 등 다양한 비(非)카지노 부문을 통해 대중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마카오는 비카지노 부문 정책 강화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도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기존 IR에 비카지노 부문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강원랜드는 올 1월 관광산업 전문가들로 구성된 ‘강원랜드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는 국가 관광산업 발전과 폐광 지역 경제 진흥을 위한 대통령 공약인 ‘강원랜드를 가족 단위 사계절 복합레저 관광지구로 재편 및 활성화하겠다’는 내용과도 관련이 있다. 위원회에서는 강원랜드를 국제적 수준의 리조트로 만들기 위해 대규모 쇼핑 단지, 문화 복합 시설, 웰니스센터, 스카이브릿지 어트랙션 등 비카지노 부문의 개발을 고심하고 있다.
카지노 부문 또한 고객 유치를 위한 시설로서 중요하다. 카지노(게이밍) 부문은 캐시카우 역할을 통해 나머지 비카지노 부문을 부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지노 게임 공간, 게임 종류 및 수, 베팅 한도, 영업시간 등 국내 카지노 산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해외 IR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검토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한 예로 강원랜드 카지노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필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이용객의 가장 큰 불만은 게임 좌석 부족(33.2%)이었다.
일본 오사카 IR이 개장될 경우 연간 약 760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 IR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로 인한 지출액은 연간 약 2조 5800억 원에 이른다는 필자의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비카지노 부문을 강화한 한국형 IR 개발은 주변국 IR에 대한 대비뿐만 아니라 국가 관광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안이다. 정부도 이에 대해 충분히 인식해 관련 기관, 기업, 학계와 함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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