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가 아들의 시신을 확인했지만 러시아 정부로부터 ‘비밀 매장’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발나야는 22일(현지시간) 아들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 시베리아 북단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살레하르트 마을에서 아들의 시신을 봤다고 밝혔다. 나발니가 지난 16일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갑자기 사망한 지 6일 만에 가족이 시신을 확인한 것이다.
앞서 나발나야는 지난 17일부터 아들의 시신을 찾아다녔지만, 당국이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 호소하기도 했다.
나발나야는 “그들이 나를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영상을 만들었다”며 “수사관들이 나발니의 시신 처리 문제를 두고 정해진 조건을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또 “법적으로 그들은 즉시 알렉세이의 시신을 나에게 넘겼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나를 협박하고 알렉세이를 어디에, 언제, 어떻게 묻어야 하는지 조건을 걸었다"고 덧붙였다.
나발나야는 나발니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가 시신을 “작별 인사도 없이 비밀리에” 묻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수사관들)은 내 눈을 바라보며 비밀 장례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아들의 시신에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나발니 가족과 측근들은 나발니가 살해됐다며 푸틴 대통령과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크렘린궁은 “근거 없다”며 일축했다.
한편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이날 스무살 딸 다리아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게재했다. 율리아 나발나야는 “너를 안고 응원하기 위해 날아왔지만, 너도 나를 응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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