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형사처벌’ 등 사법 처리를 피할 마지막 기회라고 못 박은 최후통첩 당일인 29일에도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 사이 마음을 바꿔 돌아온 전공의들도 일부 있었으나 의료 현장에서는 “변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여전히 인력 공백으로 업무 과중에 시달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환자 단체는 물론 주요 대형 병원의 병원장까지 복귀를 호소하는 등 ‘강대강’ 대치 국면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약 시기가 임박한 전임의들마저 등을 돌릴 경우 더욱 심각한 의료 대란이 닥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만난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 의료진은 “전공의 복귀가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복귀 시한까지 이르렀으나 실제 현장에서 확인되는 복귀 움직임이 거의 없다는 게 이들이 전한 현장 분위기다.
서울 서초구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문의 A 씨는 “복귀 움직임을 들은 바가 없고 관련된 병원 지침도 없었다”고 말했다. 영상의학과 교수 B 씨도 “복귀한 전공의 수를 따로 집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과에서는 아무도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의 외래 간호사 C 씨 역시 “당장 복귀 움직임도, 향후 계획도 들은 바가 없다”면서 “병원은 상황을 더 길게 보고 있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빅5 이외의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 D 씨는 “집단행동 이후 주기적으로 영상회의를 진행해 교수들로부터 전달 사항을 받았지만 어제까지도 복귀 관련 내용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D 씨는 “전공의 전체 메신저 방에서도 파업을 지속하자는 얘기만 나왔다. ‘디데이’라고 불안해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대학병원에서 소수의 복귀 행렬이 포착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체적 확산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가 파악한 복귀 전공의(전날 오전 11시 기준)는 100곳에서 249명이다. 상위 수련병원 50곳에서는 181명이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3월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의료 현장 이탈에 대한 책임을 묻고 행정처분과 사법 절차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까지 복귀 현황을 살피고 이후에는 현장에 나가 채증을 통해 업무개시명령 위반 사실을 확인할 방침이다. 다만 김충환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법무지원반장은 이날 “3월 4일 이후 바로 (면허) 정지 처분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전 통지 후 의견 진술 기회 등의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전임의들조차 다음 달 대거 재계약을 포기할 분위기가 감지되자 주요 병원장들도 행동에 나섰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등의 병원장들은 소속 전공의 전원에게 복귀를 호소하는 서신을 발송했다. 현장으로 돌아와 환자들과 함께해달라는 내용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 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이날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라며 전공의 복귀를 요청했다.
정부 역시 전보다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는 모습이다. 이날 복지부 관계자는 “3·1절 연휴(1~3일) 기간에 돌아오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추가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마감 시한을 넘겨도 눈감아줄 가능성을 암시했다. 복지부가 이날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집단 사직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공의들과 직접 대화를 가짐에 따라 갈등 국면이 봉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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