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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특별성과금' 노사충돌…현대차노조 "특근거부" 압박 [줌컴퍼니]

현대차·기아 양재동 사옥 전경.




현대차·기아 노조가 1일부터 10일까지 모든 공장에서 휴일·주말 특별근무(특근)를 거부한다. 회사 측이 최근 2년간 재량으로 지급했던 ‘특별성과금’을 향후 진행할 단체교섭에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즉각 반발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연초부터 성과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정면충돌한 노사는 접점을 찾지 못하며 갈등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갈등 촉발한 특별성과금, 도대체 뭐길래


특별성과금은 말 그대로 ‘회사가 특별히 직원에게 지급하는 성과금’으로 이해하면 쉽다. 당초 현대차·기아는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성과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2022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2년 동안에는 매년 3월에 회사의 판단으로 별도의 특별성과금을 직원에게 제공했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 등 어려운 국내외 상황 속에서도 전년도에 품질 및 안전성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하면서 모든 직원에게 직급과 직무 상관없이 인당 400만 원을 전달했다. 이듬해에는 전년도 ‘글로벌 판매 톱3’ 등 역대 최고 실적을 이룬 성과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특별성과금을 지급했다. 당시 현대차 직원은 현금 400만 원과 주식 10주를, 기아 직원은 현금 400만 원과 주식 24주를 각각 받았다.

현대차·기아 설명에 따르면 특별성과금은 전년도 성과에 따른 보상 외에도 당해 연도에 세운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취지로 제공됐다. 매년 초에 성과금을 지급하는 삼성 등 주요 기업과 달리 현대차·기아는 지지부진한 단체교섭으로 인해 성과금 지급 시기가 늦어지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2월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특별성과금 지급을 결정한 사실을 알리며 “올해 상반기에 보다 더 역량을 집중해 최대 생산·판매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생산라인. 연합뉴스


회사 “현장 혼란 야기…단체교섭으로 합리적 보상”
노조 “우리 피·땀으로 최대 실적, 성과금 즉각 지급”


올해 상황은 다르다. 특별성과금 지급 방식을 두고 회사와 노조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우선 현대차·기아 사측은 당초대로 단체교섭을 거쳐 성과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2년과 2023년 회사 재량으로 지급했던 특별성과금을 없애는 대신 단체교섭에서 노조와의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보상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회사가 특별성과금 지급 중단을 결정한 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했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전년 성과에 대한 보상 차원의 특별성과금이 연간 총 보상과 별개로 인식되는 등 현장에 혼란을 야기한 측면이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국내 산업 전반에서 경기 침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특별성과금 지급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별성과금과 관련한 계열사별 반발로 현대차그룹 전체로 갈등이 확대되는 문제도 고려했다. 계열사별로 특별성과금 지급 여부와 지급 규모를 두고 노사 간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해 2월 특별성과금 3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사측 결정에 반발해 본사 농성을 벌였다. 현대차·기아의 특별성과금 규모에 미치지 못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별성과금이 당초 취지와 달리 계열사 간 ‘서열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현대차·기아 노조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고려한 특별성과금 지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특별성과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사측 결정에 대해 “조합원의 피, 땀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아 노조도 “시간 끌지 말고 특별성과금을 즉각 지급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특별성과금 지급을 끌어내기 위해 공동투쟁을 벌이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부터 3월 10일까지 특근을 거부한 데 이어 울산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항의 집회를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새롭게 꾸려진 현대차·기아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선거 당시 공약 중 하나로 올해 특별성과금 확보를 제시한 만큼 쉽게 뜻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9월 울산공장 내 노조사무실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임단협 안갯속…정년연장·주4일제 ‘뇌관’


현대차·기아는 올해 특별성과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 아래 단체교섭에서 노사 간 합의로 이른 시일 내 보상하겠다는 설명이다.

장 사장은 지난달 23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총 성과보상의 관점에서 임금 교섭을 진행하고 이를 최대한 조기에 마무리해 성과에 대한 보상이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성실히 협의·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임금 및 단체 교섭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 현대차·기아 노조 집행부는 강성 성향인 데다 주4일 근무제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년 연장의 경우 전임 9대 노조 집행부에서도 주요 과제로 추진했지만 회사 측과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을 벌인 바 있다.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직전인 만 64세로 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구 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파업 등 강경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새 집행부는 선거 기간에 ‘한다면 한다, 반드시 쟁취한다’ ‘실력 있는 강한 노조, 투쟁으로 정면 돌파’ 등 공격적인 구호로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현대차는 최근 5년 연속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을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에는 격화된 노사 갈등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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