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고] 위기의 WTO와 복수국간 협정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다자무역체제 심각한 한계 직면

'일부 회원국 참여' 대안으로 부상

복수국간 협정, 다른 국가로 확대

韓, WTO개혁 리더십 발휘해야





2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제13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MC13)’가 소기의 성과 속에 폐막했다. WTO 각료회의는 최고 의사 결정체로서 격년마다 열리는 WTO의 가장 중요한 행사다. 과거 자유무역이 대세였던 시기에는 회의 결과 자체가 각국 정부의 초미의 관심사였고 회담이 열리는 도시는 반세계화 그룹의 주요한 의견 표출의 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WTO 각료회의에 대한 관심이 부쩍 줄어들었음을 실감한다. 범세계적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통상 여건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작동을 멈춘 WTO 분쟁해결제도 △비효율적 협상 방식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등 신통상 의제에 대한 대응 미흡 등으로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WTO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는 것은 기후변화·공급망 등 인류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일방적 통상 정책이 단기적으로 몇몇 국가에 이익이 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모두에 손해가 될 것은 명백하다. 20세기 초 경제블록으로의 파편화가 엄청난 안보 불안을 초래한 경험을 고려해 볼 때 다자 간 통상 질서의 안정화가 안보에 필수적 전제 조건이라는 점에서도 WTO의 기능 회복은 중요하다.

이번 MC13에는 최종 결과 문서인 ‘아부다비 각료 선언’과 함께 분쟁해결제도 개혁 의지 확인, 동식물 위생·검역(SPS) 및 무역에 관한 기술적 장벽(TBT) 협정 이행을 위한 개도국 지원 확대, 전자적 전송물의 무관세 관행 연장, 최빈 개도국 졸업국에 대한 특혜 연장 등 6개 의제별 각료 결정이 채택됐다. 다만 농업 협상과 수산보조금 2단계 협상은 회원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성과 도출에 실패했다.



필자가 MC13 회담 결과에 특히 주목하는 점은 우리나라와 칠레가 공동의장국을 맡은 ‘개발을 위한 투자 원활화(IFD)’ 협정의 타결 선언이다. 이 협정에는 총 124개 회원국이 참여하며 참여국들이 투자 조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 개도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를 촉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협정이 특히 의미가 큰 것은 WTO 출범 30년 만에 최초로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복수국 간 협정’을 WTO 체제에 새롭게 편입을 추진하는 사례라는 점이다.

현시점에서 WTO 체제의 가장 심각한 한계점은 특정 사안에 대해 모든 국가가 합의할 때까지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과거 범세계적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지만 무역 자유화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국가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현 상황에서는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이에 대한 대안은 WTO 회원국 중 일부가 WTO의 틀 내에서 ‘복수국 간 협정’에 참여하도록 장려하고 이를 점차 다른 회원국으로 확대해 다자주의 체제로 안착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이번 IFD 협정이 중요한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MC13에서 한국은 IFD 공동의장국으로서 협정 타결을 순조롭게 이끌어냈으며 개도국의 수산보조금 협정 이행을 위해 1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WTO 개혁에 앞장서며 다자무역 체제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