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高물가'에 높아진 보육의 벽, 워킹맘은 어디로 가나[WORLD OF WORK]

전세계적으로 치솟은 물가와 보육료에

집값까지 오르며 여성 직장 포기하게 돼

기업의 사무실 출근 종용에 추가 보육료↑

AI 등 새로운 기술 확산으로 직업군 다양

원격 근무 가능한 직업은 보육 부담 줄어

개인 노력 더해 기업·사·국가 차원 도움 필요

이미지투데이




워킹맘들에게 일과 가정(보육)의 양립은 풀리지 않는 숙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여성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가능해 보였던 적도 있지만 새로운 장애물들이 잇따라 튀어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생필품 뿐 아니라 집값이 오르는 등 보육에 드는 경제·사회적인 비용이 커지면서 그녀들은 다시 높아진 ‘보육의 벽’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전세계 각국에서 펼쳐지는 ‘보육 전쟁’ 속에서 워킹맘들의 고군분투기를 훑어본다.

전세계적 현상 ‘고물가’…치솟는 보육료에 허리 휜다


# 뉴욕시의 한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고 있던 에이미 푸네스는 관리직으로 일하며 연 3만8000달러(약 5017만원)를 벌고 있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녀가 싱글맘임에도 ‘풀타임 탁아소’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국가 보조금을 받기에는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었던 것. 직장을 그만두는 것만이 단기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고민 끝에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 레오와 함께 보호소로 이사했다. 푸네스는 “한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이렇게까지 어렵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 자녀를 위한 보육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보육비 증가에 따른 스트레스는 주로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보육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일을 선택하는 여성들은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승진을 포기하고 있다. 일부는 출산 자녀 계획 수를 줄이거나 아예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하기도 한다.

높은 보육료로 악명이 높은 뉴욕시 전경. 연합뉴스


푸네스가 일하고 있던 뉴욕의 경우 미국에서 소득 대비 보육료 비중이 가장 높은 도시다. 뉴욕 가정 중 80%가 보육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5Boro Institute 보고서). 그레이스 라우 5Boro 전무 이사는 “한 가정이 뉴욕에서 보육비를 감당하려면 연간 평균 30만달러(약 3억9621만원) 이상을 벌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부모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보육료는 또 다른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지불하는 것과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 높아진 물가로 보육료 뿐 아니라 보육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달 22일 영국의 보육원 4분의 1이 임금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1년 내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아이가 있는 부모의 3분의 1이 더 높은 보육 비용에 대처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더 적은 시간을 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팬데믹이 끝나자 기업들이 부모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권장하면서 보육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마존,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과 씨티그룹, 로이드 등 은행이 주도한 팬데믹 이후 유연한 근무 방식을 끝내고 속속 근로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이고 있다.

가디언은 유연한 근무 방식의 종말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추가 보육료를 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2000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고용주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이틀 더 사무실에 나오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각 가정마다 매달 평균 664파운드(약 112만원)에 해당하는 보육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틀랜드의 금융 서비스 종사자인 사라(가명)는 “고용주가 요구하는 사무실 의무 근무일수가 주 3일에서 주 4일로 늘어나면서 추가 보육 비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 설문에 응한 부모의 3분의 1 이상은 사무실 근무를 피하기 위해 이미 직장을 옮겼다고 답했다.

집값까지 높아지며 이중·삼중고 처한 부모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값까지 오르며 보육 부담이 더욱 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경제 분석서인 ‘미니백서’에는 2019년부터 도쿄의 집값 상승에 따라 인근 수도권으로 전출하는 인구가 늘었다고 나와있다. 특히 아이를 가진 비중이 높은 25~44세 ‘육아 세대’의 전출이 눈에 띄게 많았다.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가격은 처음으로 1억엔(약 8억9207만원)을 넘어섰다. 미니백서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기혼여성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 15분 길어지면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5.0%포인트 낮아졌다는 연구도 소개했다.



같은 아시아권 국가인 중국도 높은 보육료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위와인구연구소는 1인당 GDP 대비 18세까지 아이를 키우는 비용은 중국이 약 6.3배로 호주(2.08배), 프랑스(2.24배), 미국(4.11배), 일본(4.26배)보다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성불평등, 높은 출산 비용으로 여성이 가정과 일의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점 등의 이유로 중국인들의 평균 출산 의지는 거의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밝혔다. 2023년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약 1.0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근무·AI, 워킹맘의 구원자 될까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2로 중국보다도 낮다. 높은 집값 등을 포함해 보육 부담이 크다는 것이 출산율 제고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희망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연한 근무제가 확산하고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직업이 생겨나게 되면 양성 평등을 개선하는 한편 보육의 어려움을 일정 부분 개선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 2년 전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를 떠난 캐서린 피니는 사모펀드가 투자 실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1인 컨설팅을 시작했다. 노트북과 두 대의 휴대용 모니터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와이파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다. 피니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팬데믹으로 인해 전문 서비스에서 원격 작업이 훨씬 더 수용되는 방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인공지능(AI)과 같은 신흥 분야에서 여성이 어떤 면에서 과소평가되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향이 있을 수 있지만 여성은 또한 새로운 기술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관련 사례들을 소개했다. 미국의 금융 서비스 회사인 ‘프루덴셜 파이낸셜’은 육아 등으로 잠시 휴직했던 근로자들의 재숙련을 돕기 위해 회사 안에 ‘긱 이코노미(정규직 보다 필요에 따라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제)’ 플랫폼을 만들었다. 테크 기반의 일을 하는 여성이 많아지면 원격으로도 근무할 수 있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여성. 이미지투데이


하이브리드 근무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추가 보육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출산 휴가를 다녀온 여성들이 직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육아 휴직을 쉽게 쓰지 못하는 것은 육아 휴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사무실에 자신의 자리가 없거나 정규직 사무직을 고집하는 상사 등 각종 리스크가 두렵기 때문인데 회사에 발을 걸쳐두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이같은 두려움을 없애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런던에 있는 법률 회사 핀센트 메이슨의 파트너인 스테이시 킨은 이제 여섯살이 된 첫째 아이와 세 살이 된 둘째 아이를 낳는 사이에 일주일에 하루씩 재택근무를 했다. 이제 그녀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통해 일주일 중 절반만 사무실에 출근할 수 있게 됐다. 그녀는 “아이를 둘 다 잘 키우기 위해서는 더 큰 유연성이 필요한데 하이브리드 근무는 이를 충족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고물가·고금리'가 뉴노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보이는 가운데 암담한 보육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기업은 유연근무제 확산에 힘쓰는 한편 돌봄 비용 지급 등 국가의 도움도 더욱 확대되어야지만 워킹맘들이 보육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발판이 조금이라도 높고 단단해지지 않을까.



<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일의 기쁨과 실망’ 속에서 몸부림치곤 합니다. 그리고 이는 옆 나라와 옆의 옆 나라 직장인도 매한가지일 겁니다. 먹고 살기 위해선 결코 피할 수 없는 ‘일 하는 삶’에 대해 세계의 직장인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매주 토요일 ‘The World of Work’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글로벌 미생들의 관심사를 다뤄보겠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