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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러시아 밀착 심화…北, 러시아에 SRBM 주고 ‘미그-29’ 받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미그-29 부품 확보에 목매고 있는 北

전투기 또는 관련 부품 제공될 가능성

순천공군기지, 2022년엔 활주로 확장

러시아, 미그-29 재고 털어 윈윈 거래

러시아의 ‘미그-29’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 당국은 앞서 지난해 7∼8월 이후 북한에서 러시아로 포탄 300만 발 이상을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 약 6700개가 넘어갔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에서 러시아로 넘어간 컨테이너를 약 6700개로 추정하면서 “152mm 포탄이면 300만발 이상, 122mm 방사포탄이면 50만발 이상”이라며 “두 포탄이 섞여서 갔을 가능성이 있고, 적어도 몇백만발이 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 소식통도 “수백개의 북한 군수공장은 원자재난과 전기난을 고려할 때 가동률이 약 30% 수준으로 낮다”며 “러시아로 제공되는 포탄을 생산하는 공장들은 풀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사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한글이 표기된 북한제 포탄과 KN-23,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잔해가 잇따라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북한은 일관되게 무기 거래 사실을 부인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정보당국에 의해 러시아군 실무진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수송기가 평양에 들어간 것이 확인되면서 북·러 무기 거래설은 사실상 심증에서 확증으로 굳어졌다. 군 당국은 식량이 러시아가 제공한 것 가운데 식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아울러 북한에 군사기술도 제공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 장관도 ”북한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항공기 관련 기술, 지상 기동장비 기술 등을 러시아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그-29 조립 라인 아직도 철거한 안 해


따라서 정보당국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공급을 시작하면 이제 가장 큰 관심은 무기 대금을 어떤 형태로 무엇을 받느냐는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때문에 달러나 유로를 북한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 역시 달러나 유로가 아니라면 현물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 현물로 무엇이 북한에 넘어갔느냐는 점이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노후 장비 수리와 기술이전을 요구했고, 이 가운데는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군정찰위성 관련 기술들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가장 우려스러운 분야는 바로 전투기다.

북한은 1988년 김일성의 모스크바 방문 이후 소련에서 미그(MIG)-29 전투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평안북도 구성시 소재 방현항공기제작소에 전투기 조립 라인을 설치했다. 이에 소련이 공급한 미그-29는 1인승인 C형과 2인승인 UB형이 섞여 11대가 완성기 형태로 북한에 공급됐다.

하지만 1993년 러시아의 기술지원 중단으로 모든 기체가 조립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한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미그-29 전투기 부품을 밀수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후 30년 넘게 북한 공군은 새 전투기를 조달하지 못했다. 게다가 북한이 큰 돈을 들여 만든 미그-29 조립 라인을 아직도 철거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정보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23년 9월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정상회담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우리 군은 북한이 두차례 발사 실패한 위성 관련 기술과 핵 관련 기술이전 및 협력, 방공시스템 등을 비롯해 특히 전투기 또는 관련 부품을 대가로 추정하고 있다. 국정원의 분석도 군의 이런 추정과 같다고 한다.

국정원은 특히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전투기, 여객기 등 항공기를 들여오기 위해 러시아에서 비행 정비 위탁교육을 받을 대상자를 선발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 전투기 또는 관련 부품이 북한에 제공되는 정보로 읽히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공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그-29나 관련 부품을 우선 희망할 것으로 분석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의 전투기는 부품 수급의 문제로 가동률이 떨어지고 미그-29기는 동류전환(돌려막기)으로 10여대 정도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러시아로부터 부품 공급이 이뤄지면 운영 대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미그-29 초기형의 항전장비와 성능개량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北공군력 열세, 미그-29에 목맬 수 밖에


실제 북한은 옛소련과 합작으로 평북 구성시에 미그-29 조립생산공장을 건설해 1988년 부품을 가져다가 조립 생산했다. 1993년 4월 김일성 주석 생일을 기념해 첫 2대를 시작으로 모두 20대를 조립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몇 대가 추락했고 현재 10여대를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옛소련 붕괴 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미그-29 부품 조달에 애를 먹고 있고 그나마 부품 돌려막기도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미그 계열 전투기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미그기 1대를 해체해 관련 부품을 빼내 다른 미그기에 채워 넣는 돌려막기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미그-29는 출력과 기동성, 장거리 항속 능력, 공대공 및 공대지 무기체계 등에서 우리 공군 F-15K에 뒤진다. 탑재된 레이더 탐지거리와 AA-10 공대공 미사일 등의 사거리도 짧다. 최소한 F-15K와 공중전을 벌이려면 레이더와 공대공 미사일 등을 교체해야 한다.

공군이 과거 미그-29를 가상 적기로 선정해 훈련하다가 최근 수호이(Su) 전투기로 바꾼 지 오래된 것도 미그-29의 이런 열악한 성능 때문이다. 여기에 F-15K에 이어 F-35A 스텔스 전투기까지 실전 배치한 한국의 공군력에 절대적으로 열세인 북한으로서는 그나마 자신들에게 최신형인 미그-29에 목을 맬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북한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등장한 ‘미그-29’. 연합뉴스


사실 북한은 전투기 자체 개발 능력이 없다. 또한 북한이 공군력을 현대화시킨다고 하더라도 압도적인 질적 우위를 가진 한미연합공군에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투기는 투자해 봤자 효과가 미미한 분야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단거리 탄도탄과 방사포 전력을 대거 확충하면서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개전 초 남한 내 모든 공군기지를 일격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군사력 집중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러 대량의 화력을 투사해 남한 내 모든 공군기지를 공격하면 한미연합공군 전투기가 뜰 일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제공권을 장악한 상태에서만 운용할 수 있는 북한판 글로벌호크 ‘새별-4형’이나 북한판 리퍼 ‘새별-9형’ 도입도 북한의 군사전략 변화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은 수년 전부터 신형 전투기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는 시그널을 보여 왔다. 평양 방공을 담당하는 순천공군기지가 2022년 가을에 활주로 확장과 유도로·지하 시설 설치 등의 대공사를 마치기도 했다. 북한은 2500m 길이의 활주로를 300m 연장해 2800m로 만들다.

이 기지에서 기존 전투기보다 무거운 항공기를 운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군사 전문가들은 가장 유력한 ‘새 전투기’는 최근 중국 해군항공대에서 공군으로 이관된 뒤 대량 퇴역이 준비되고 있는 ‘JH-7 전투폭격기’를 꼽고 있다. 아울러 최근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무기 거래가 급물살을 타면서 미그-29가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그-29는 러시아에 엄청난 양의 재고가 쌓여 있고, 러시아 공군의 주력이 아닌 기종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미그-29 계열 200여대 이상 방치


현재 러시아는 260여 대의 미그-29 계열 기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운용 중인 기체는 4개 비행연대 70여 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 항공우주군은 각 부대의 책임구역이 대단히 넓기 때문에 성능이 뛰어나면서 유지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형 수호이-27이나 수호이-30과 같은 최신형 전투기를 대거 운용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쓸 이유가 없는 구형 미그-29가 대량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군 장비 목록에는 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 200여 대에 달하는 기체는 물론 소련 붕괴 이후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전투기 조립 공장에 방치돼 있는 기체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 2021년 1월 러시아 밀블로거들이 모스크바 인근 전투기 공장에 몰래 침입해 다수의 전투기와 대량의 부품이 방치돼 있는 것을 발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이 가져올 수 있는 미그-29들은 고성능은 아니지만, 유사시 주요 우리 공군의 항공 전력이 초토화될 정도로 큰 타격을 받는다면 한국군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북한에서 공급받는 다량의 포병무기와 탄약에 대한 반대 급부로 자신들이 많은 양의 재고를 가지고 있는 미그-29 전투기나 부품을 북한에 넘겨 악성 재고들을 털어내면서 망설일 이유가 없는 거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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