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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지만 더 시끄럽게…LIV가 허문 경계선

홍콩 대회 현장 직접 가보니

페어웨이 가로질러 팬 빌리지 입장

내내 울려 퍼진 음악…음주도 자유

선수는 반바지·갤러리 복장도 화려

노먼 “재밌지? 마음껏 즐겨” 자신감

아브라함 안세르(왼쪽 아래)가 9일 LIV 골프 홍콩 대회 2라운드 도중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 제공=LIV 골프




1번 홀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팬빌리지로 향하는 모습.


1번 홀(파4) 바로 옆에 위치한 팬 빌리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페어웨이를 가로질러야 한다. 선수들이 티샷을 한 뒤 게이트를 지나가면 안전요원이 길을 열어준다. 관계자에게 독특한 구조를 만든 이유를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왜 안 돼? 재밌잖아”였다. 사흘 동안 현장에서 지켜본 LIV 골프는 우리가 알던 기존의 전통적인 골프 대회와는 확연히 달랐다.

LIV 골프 홍콩 대회가 이달 10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홍콩에서 열린 LIV 골프 첫 번째 대회로 아시아 내에서는 지난해 싱가포르 대회에 이은 두 번째다. 우승은 멕시코 간판 아브라함 안세르(33)의 몫이었다. LIV 골프 이적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그는 우승 상금 400만 달러(약 53억 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Don’t Blink(눈도 깜빡이지 마라)” “Golf, but Louder(골프지만, 더 시끄럽게)”라는 LIV 골프의 슬로건이 말해주듯이 8일 마주한 대회 첫날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 라운드 때만 틀어져 있을 줄 알았던 빠른 템포의 클럽 풍 음악이 1번 홀을 포함한 대회장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상당수의 갤러리가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음악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거렸고 때로는 함성을 지르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LIV 골프는 단순한 골프 대회가 아니라 하나의 콘서트 같은 분위기였다.

경기 시작 분위기도 기존의 골프와는 딴판이었다. LIV 골프는 54명의 선수들이 18개 홀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샷건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12시 15분 샷건 출발 시간 때에는 각 홀에서 진행자와 갤러리가 한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크게 외쳤고 곳곳에서 쏟아진 박수와 환호는 형형색색의 폭죽이 터지자 절정에 다다랐다. 선수들은 쩌렁쩌렁 울리는 음악 소리에 개의치 않고 티샷을 날렸다.



2라운드가 열린 9일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LIV 골프를 처음 접한 홍콩 팬들도 금세 분위기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선수들이 홀과 홀을 이동할 때마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갤러리가 있는가 하면 경기 도중 사인 요청을 하는 갤러리도 있었다. 선수들도 당황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들의 요청을 받아줬다.

2라운드 일정이 끝난 뒤에는 대회장이 진짜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1번 홀 옆 팬 빌리지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라운드 종료와 함께 미국의 EDM DJ 그리핀의 공연이 이어졌다. 갤러리는 물론 LIV 관계자, 대회 스태프, 자원봉사자 등 수천 명이 한데 어우러져 축제를 즐겼다. 나이도 국적도 각양각색이었지만 이들에게서도 어떠한 경계가 느껴지지 않았다.

LIV 골프에는 정해진 틀도 없었다. 2022년 9월부터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 LIV 골프에서 선수들의 반바지는 이제 일상이 됐다. 12년 만의 필드 복귀로 화제를 모은 앤서니 김(38·미국)은 심지어 사흘 내내 반바지에 헐렁한 라운드 티를 입은 채 자유로움을 한껏 뽐냈다. 선수들의 복장만큼이나 갤러리의 복장도 화려했다. “갤러리의 평균 연령이 기존 대회보다 훨씬 낮다”는 케빈 나(41·미국)의 말처럼 클럽에서나 볼법한 복장으로 대회장을 찾은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10일 최종 라운드에는 폭우가 쏟아졌지만 LIV 골프의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는 역대 홍콩에서 개최된 골프 대회 중에서도 최다였다. LIV 골프는 일반적으로 총 갤러리 입장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사흘간 약 2만 5000명 이상이 대회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흘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LIV 골프는 확실히 파격적이었다. 이들의 새로운 시도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LIV 골프는 자신들이 바꿀 미래를 확신하고 있었다. 9일 기념품 숍에서 깜짝 사인회를 연 LIV 골프 수장 그렉 노먼(69·호주)도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때요? 재밌죠? 우리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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