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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ELS 판매 금지만이 능사 아니다

■신중섭 금융부 기자





“은행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상품 판매 자체가 전면 금지된다면 금융기관 선진화는 오히려 멀어질 것입니다.”

11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잠정 검사 결과와 손실 배상 기준안이 발표되자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배상 절차는 금융 당국이 마련한 기준안에 따라 어떻게든 진행되겠지만 추후 발표될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제도 개선안’의 방향이 우려된다는 의미였다.

은행들도 이번 사태에서 잘못한 부분이 아예 없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일벌백계’하는 것에 동의한다. 판매 과정에서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것에도 동의하고 있다.



다만 ELS를 포함한 은행의 판매 상품군 하나를 없애버리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고가 터지면 은행만 책임을 뒤집어쓴다는 시각에서 아예 문제의 소지를 없애버리는 게 오히려 속 시원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간 ‘이자 장사’한다는 손가락질 속에 비이자 사업을 확대하려던 은행 입장에서는 고민이 늘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 자산을 관리하며 쌓아왔던 은행별 경험과 노하우가 한순간에 ‘리셋’된다는 점 또한 우려스럽다. 은행 입장에서는 상품 판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관련 인력 양성에 공을 들여왔는데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해버린다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중단 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력들이 퇴직을 하게 되면 노하우의 ‘전수 경로’마저 차단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을 침해받는다. 위험성만 제대로 설명된다면 예적금보다는 수익이 좋고 다른 투자 상품보다는 위험이 덜한 매력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골라 가입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ELS 상품도 수십 차례나 다시 가입한 사례가 상당했을 터다.

은행들 역시 무너진 신뢰 회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판매 자격증을 보유한 자산관리전문가(PB) 인력이 PB 창구에서만 투자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고 철저한 사후 확인 프로세스까지 갖추겠다고 발표한 우리은행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당국의 합리적인 제도 개선 방안 마련과 함께 은행들도 완전판매 강화를 위한 자구책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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