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서울 강남의 대형 오피스 빌딩 아크플레이스 매각에 성공했다. 잔금 납입 등이 완료되면 2016년 이 빌딩을 매입한 이후 8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크플레이스 매각을 계기로 국내 대형 오피스 빌딩 시장이 기지개를 켤지 주목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과 코람코자산신탁은 이날 아크플레이스 매매를 위한 최종 계약에 동의했다. 블랙스톤은 지난해 하반기 코람코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가 협상을 이어왔다. 양측은 우협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하며 줄다리기 한 끝에 최종 7000억 원 중후반대에서 매각가의 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람코신탁은 내달 중 잔금을 모두 납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입찰엔 코람코신탁을 비롯해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앤디인베스트먼트, 케이리츠투자운용 등 4곳이 참여했다. 당시 디앤디인베스트먼트가 인수 희망가격을 가장 높게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금 조달 능력 등 정성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코람코신탁이 우협으로 선정됐다.
코람코신탁은 전체 매입가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자금을 담보 대출로 조달할 계획이다. 나머지 지분(에쿼티·Equity) 투자금은 회사 내 보유한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 모집)를 일부 활용하면서 국내 기관투자가 등으로부터 추가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부동산 에쿼티 자금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며 “코람코가 론(Loan·대출)을 최대한 활용하게 되면서 매각가 협상에 시간이 좀 더 걸렸다”고 말했다.
블랙스톤은 2016년 미래에셋운용으로부터 이 빌딩을 약 4500억 원에 매입했다. 블랙스톤은 2014년 한국에서 철수한 뒤 2021년 다시 둥지를 틀었다. 2022년에는 하영구 전 전국은행연합회장을 한국 회장으로 새로 선임했다. 이번 아크플레이스 매각은 하 회장이 한국 블랙스톤을 이끌기 시작한 뒤 첫 투자금 회수 사례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매각을 기점으로 한동안 얼어붙었던 국내 대형 빌딩 시장의 투심이 나아질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금리 인상 여파로 서울 시내 프라임급 빌딩 매각이 좌초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22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조1000억 원에 인수하려던 서울국제금융센터(IFC)의 매매 계약이 불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유주인 캐나다계 운용사 브룩필드는 최근 전략을 수정, IFC 내 4개 자산 중 하나인 콘래드 서울만 떼어내 먼저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올 초 입찰에 많은 운용사들이 뛰어들었고 ARA코리아가 지난주 우선협상권을 부여 받았다. 업계에서는 콘래드 서울의 매각가가 4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브룩필드가 나머지 IFC 자산 매각도 곧 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옛 삼성물산 서초사옥이던 몸값 1조 원대의 ‘더 에셋 강남’도 최근 매각 작업을 개시했다. 대신증권의 서울 명동 본사 사옥, DL그룹 본사인 서울 종로 디타워 등도 매수자를 찾고 있다. 두 빌딩의 매각가는 최대 7000억 원, 9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아크플레이스 매매를 계기로 서울 시내 대형 빌딩들의 평당 가격 기준점이 마련될 것”이라며 “다른 거래들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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