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뼈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사실상 확정했다.
한 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대국민담화를 하고 "2000년의 타협이 2035년 의사 부족을 초래했고 2024년의 갈등과 분란을 낳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2000년 의약분업을 할 때 정부는 의료계 반발에 밀려 의대 정원 351명을 감축했다. 그 때 351명을 감축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66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확보됐을 것이고 2035년에는 1만 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됐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날 한 총리는 의대 증원이 필요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한 총리는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가 한의사를 포함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 한의사를 제외하면 OECD 꼴찌"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등 국내 정상급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2035년에 의사 1만 명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2035년이 되면 우리 국민 30%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된다"며 "앞으로 의료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의사 인구 20%도 70대 이상 고령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지금이라도 의대 정원을 늘려 꾸준히 의사를 길러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 우려도 반박했다. 한 총리는 "현재 규정상 의대 교수 한 명당 학생 수는 8명이지만 전국 40개 의대 평균은 교수 한 명 당 학생 1.6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교수 한 명에 학생이 0.4명인 곳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 총리는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역설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 한 총리는 "늘어나는 2000명의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와 소규모 의대,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의대에 집중 배정하겠다"며 "또 신입생은 지역인재전형을 적극 활용해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의대가 없는 광역단체 전남의 경우 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이뤄지면 정부가 신속히 검토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세부적으로 비수도권에 증원분의 82%를 배정하고, 경기·인천지역에 나머지 18%를 배분했다. 서울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았다.
한 총리는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을 위한 필수조건일 뿐 충분 조건은 아니다"라며 "우선 올해 1조원을 들여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고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을 이 분야에 더 투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4월부터 가동되는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의료개혁을 이루는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와의 대화도 촉구했다. 한 총리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 여러분, 하루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달라"며 "대화의 창구는 언제나 열려있다. 정부는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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