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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범 칼럼]이대로는 사과값 또 오른다

박철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기후변화로 재배 가능 지역 지속적 감소

검역 이유 주요 과일 수입 사실상 막아

사과값 급등이 식품등 물가 상승 견인

과도한 수입제한 풀어 가계부담 줄여야





올 1월 2.8%까지 하락한 인플레이션율이 2월에 다시 3.1%로 올랐다. 이번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통화량의 증가 또는 확장적인 재정지출이 아니라 사과를 비롯한 신선식품 가격의 급등이다. 특히 지난해 봄철 저온 현상, 여름철 집중호우, 가을철 탄저병 발생 등의 악재로 사과의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했다. 그 결과 사과 가격이 1월 56.8%, 2월 71% 올랐다. 사과 가격이 상승하니 대체재인 감귤·배·딸기 등 다른 과일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6월 말까지 바나나·파인애플·오렌지·자몽·망고·아보카도 등 여섯 가지 수입 과일에 대한 관세율을 0%로 낮추고 체리와 키위 등의 수입을 확대해 사과·배 등의 과실류에 대한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입 과일로 수요가 분산되고 올해 사과 생산량이 늘어나 올 하반기 사과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앞으로 사과 가격이 오르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될 것 같다. 기후변화와 경직적인 과일 수입제한 정책 때문이다.

인류의 경제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고 늘어난 탄소 배출은 지구온난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사과 생산에 적합한 조건(연평균 기온이 8~11도이고 사과 생육기에는 평균 15~18도)을 만족하는 지역이 한반도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른 사과 재배지 감소는 데이터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사과의 주된 생산지 경북에서 재배지가 30년 전에 비해 무려 44% 감소했다. 그리고 30년 전에는 사과 생산이 불가능했던 강원도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사과 재배 면적이 3배나 증가했다.

국토 전체적으로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사과 재배가 가능한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사과 공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사과 가격은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깝게도 기후변화로 감소하는 사과 생산을 다시 늘리는 정책이 여의치 않다. 미국·중국 등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는 한 한국 내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탄소 중립을 추구하는 정책이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환경 모범 국가인 유럽도 탄소 중립 속도를 늦추는 현시점에서 탄소 중립 속도를 과도하게 올리면 경제활동 위축과 제조업의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과 가격 급등에는 단기적인 생산 감소, 기후변화와 더불어 경직적인 과일 수입 정책도 큰 역할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검역을 이유로 수입을 사실상 막고 있다. 사과의 경우 검역이 특히 까다로워 30여 년 전 일본이 요청한 수입에 대한 검역 분석이 8단계 중 5단계에서 중단됐고 미국 등의 수입 요청에 대한 검역 분석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과 수입을 통한 외국 병해충 위험 분석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겠지만 분석에 30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은 사과 수입 자체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역 절차에 수십 년이 걸리는 것은 배도 비슷하다.

재배 면적 기준으로 국내 5대 과일인 사과·감귤·복숭아·포도·배 중에서 포도만 수입이 허용되고 나머지 과일은 실질적으로 수입이 제한돼 있다. 흥미로운 것은 포도를 제외한 사과·배·감귤·복숭아 등이 모두 최근 불안정한 가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칠레·페루·호주 등으로 수입 국가와 수입 시기를 다변화한 포도의 경우 국내 작황이 좋지 않아도 수입으로 가격 상승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안정적이다. 포도의 경우에도 칠레·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농부들의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해외시장 개척, 샤인머스캣과 같은 새로운 품종 개발로 포도 생산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포도 생산 농가의 소득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과일 농사를 지을 농부도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과일 수입제한 정책으로 과일 가격 상승과 과일 가격 변동성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이고 이는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과거 농가 보호를 위한 경직적인 과일 수입제한 정책을 제한적으로라도 완화하면 현재와 같이 수급이 어려울 때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불가피한 사과 등 과일의 생산 감소에 대한 대응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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